[한류스타 CEO 열전4] WM컴퍼니 황지선 대표 “박해진, 매 작품을 마지막이라 생각…저도 그 정도는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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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1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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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더블유엠컴퍼니]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배우 박해진(32)은 명실상부 한류스타다. 2006년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에서 연상의 장교 미칠(최정원)을 사랑한 연하남으로 데뷔한 뒤 이듬해 ‘하늘만큼 땅만큼’으로 주연자리를 꿰찼다. 드라마 ‘에덴의 동쪽’ ‘열혈 장상꾼’에 출연한 박해진은 지난 2010년 현재의 소속사 더블유엠컴퍼니 황지선 대표를 처음 만났다.

‘열혈 장사꾼’ 이후 예능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에 매진하던 박해진과 2011년 전속계약을 체결한 황지선 대표는 바로 중국 공략에 나섰다. 같은 해 후난위성TV ‘첸더더의 결혼이야기’로 성공적 대륙 데뷔전을 치렀고 한류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같은 방송사의 ‘또 다른 찬란한 인생’을 흥행시킨 박해진은 한국에서도 ‘내 딸 서영이’ ‘별에서 온 그대’ ‘닥터 이방인’ ‘나쁜 녀석들’ 등 연타석 홈런을 치며 아시아 대표 스타로서의 명성을 쌓고 있다.

중국에서 독보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 황지선 대표를 지난 14일 만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먼저 황지선 대표는 박해진이 스타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로 데뷔작 ‘소문난 칠공주’를 꼽았다.

“해진 씨는 ‘소문난 칠공주’로 중국에서 이미 얼굴을 알렸죠. 허나 한국 드라마에 출연한 외국배우일뿐이었어요. 이걸 부수고 싶었어요. 1960~70년생 한국인들에겐 중국, 홍콩, 대만 영화와 드라마가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는데, 이제는 역으로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에 영향을 주고 있긴 하지만 그 본토에서 본토 드라마, 영화에 출연하며 최고의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은 미미했던 게 사실이에요. 해진 씨와 전 오랜 시간 머리를 맞대고 이 시장에 도전을 해 보자는 의논을 거듭했고, 첫 드라마 ‘첸더더의 결혼기’가 45%라는 초유의 시청률로 중국의 드라마시장을 뒤흔들며 성공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황 대표는 ‘소문난 칠공주’와 ‘패밀리가 떴다’ 등으로 굳어진 연약한 이미지를 부수기 위해 모든 대본을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박해진과 직접 읽으면서 작품을 해석하고 토의했다.

“격렬히 싸우기도 했죠(웃음). 그러면서 찾은 공통된 의견을 토대로, 대본 거르는 작업을 했어요. 그렇게 ‘내딸 서영이’의 상우, ‘별에서 온 그대’ 이휘경, ‘닥터 이방인’의 한재준, ‘나쁜 녀석들’ 이정문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해진 씨는 목소리 높낮이와 숨소리, 내뱉는 대사의 길이까지 조정하며 캐릭터를 만들었죠. 정말 존경하는 배우입니다. 수많은 배우를 봐 왔지만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딱 하나의 키워드는 ‘노력’이에요. 일화로, 매니저가 집에서 해진 씨를 기다리다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샤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던 중 큰 소리로 대사를 한 건데, 그게 너무 격렬해서 큰일이 난 줄 알았다며 가슴이 벌렁거렸다고요(웃음). 해진 씨는 한번 연기몰입을 하면 팬들을 직접 만날 때 빼곤 입안에 담고 살아요. 본인은 외우질 못해서라고 하지만 옆에서 오랜 기간 지켜본 우리의 눈엔 그저 노력쟁이일 뿐이죠. 연기인지 진짜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모든 톤을 조정하는 것에만 몰두해요. 그것이 오늘의 박해진을 만든 겁니다.”

‘패밀리가 떴다’ 이후 전속계약을 체결하자마자 중국 공략에 나선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 배우들의 특징인 섬세한 연기나 사랑에 대해 진실한 표현을 하는 훌륭한 콘텐츠들이 한류스타라는 이름 하에 돈에 얼룩져 결국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죠. 해진 씨는 돈을 쫓는 배우가 아니에요. 해진 씨의 바람에 맞춰 소속사 대표로 장기플랜을 짰죠. 차근차근 해외에 진실성을 보여주고자, 한국과 똑같이 활동했어요. 예능 출연이나 잡지화보에는 돈을 받지 않았고요. 한국처럼 방송국에서 나오는 일부 출연료를 받았고 거액의 출연 제안이 오면 정중히 거절했어요. 좋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되 비행기 값이나 호텔비 등은 받질 않았죠. 한국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처럼 중국에서도 도움이 필요한 아동들을 위해 오랜 기간 지원을 해 왔어요.”

황 대표는 조심스러워 했다. 연예인의 봉사활동에 대한 오해를 경계했다.

“해진 씨, 정말 즐거워서 봉사를 해요. 봉사활동을 할 때 해진 씨는 5세 아이처럼 깔깔거리고 웃고 뒹굴고 아이들이 먹다 뱉어 주는 음식도 거리낌 없이 먹죠. 진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린 이걸 5년 넘게 양국에서 해 왔고, 중국에서 박해진에 대한 인식이 더욱 좋아졌죠. 그걸 노리고 한 것은 아니지만, 섭외가 더 많아진 것도 사실이니까요. 많은 선후배가 생겼고 해진 씨는 중국의 정책이나 문화에 대해 정통한 수준까지 된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많은 과제가 남았지만요."
 

[사진제공=더블유엠컴퍼니]

해외 진출의 애로사항을 묻자 “외국은 짧은 여행이 아닌 다음에야 모든 게 버겁다”고 토로했다. “특히 연기자에게 언어의 장벽은 확고한 신념 없인 좌절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며 “많은 배우들이 도전을 했으나 여기서 무너진다. 연기자들은 섬세하고 예민해 ‘유리잔’같은 멘탈을 가졌다. 연기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닌데 상대배우와 전혀 소통이 되질 않고 감독이나 스태프와도 단 하나의 공감이 없다는 것은 그야말로 눈감고 귀 닫은 채 어두운 곳에서 연기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본 역시 중문을 한글로 번역해 이해가 어려워요. 중국과 한국의 문화가 달라 생기는 감정의 흐름과 생활의 방식도 큰 장벽 중 하나죠. 매니저로서 할 수 있는건 대본을 알아볼 수 있고 배우가 이해할 수 있게 수정해 주는 것이 최선이었어요. 생활환경을 한국의 집과 유사하게 만들어 숙소에선 안정감을 느끼게 하고 현장소통이 자유로울 수 있게 통역들을 여럿 배치하고 감독님과의 많은 대화를 주선했죠. 다시 말해, 한국 배우에 대한 환상을 가진 스태프 모두가 그를 진짜 배우로 받아들이게 하는 게 매니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많은 작품을 한 해진 씨는 이제 서슴없이 소통하고 배우들과의 공감도 거리낌이 없어요. 감독님들은 품성과 소통의 배우라고 얘기하곤 하죠. 대본을 늘 연구하는 배우여서 해진씨에게 오히려 연출을 의논할 정도로 중국에 훌륭하게 적응했어요. 매니저로서 자랑스러워요. ‘벽을 넘거나 부수면 멋진 세상이 열린다’를 실천하고 손에 쥔 유일한 배우가 아닐까요?”

박해진의 중국 인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중국 드라마 촬영 차 중국의 대학을 방문했을 때였다.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모두 박해진을 보러 나왔다. 결국 학교 측으로부터 촬영불가 통보를 받았고, 학생들이 다칠까 우려해 다른 배우를 먼저 내보낸 후 박해진은 반대편 통로로 달렸고 우산 6개로 박해진을 가렸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비가 내린 상태에서 미끄러운 대리석 바닥을 빠르게 걷느라 진을 뺐다.

“중국의 신인배우들이 해진 씨와 처음 연기하는 날, 모니터를 보면 손 떠는 게 느껴져요. 해진 씨가 아무리 농담도 하고 자연스레 스킨십을 해도 떨림이 가라앉지 않죠. 그만큼 감정에 충실한 것이 중국사람들의 특징인 것 같아요, 그 순수함에 늘 웃게 되죠.”

슬럼프가 없는 박해진. 인기를 유지하는 CEO의 노하우를 묻자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고 이게 마지막인 것처럼 하자’라는 것과 ‘대화’”라고 강조했다.

“박해진이라는 배우가 매 작품마다 죽을 각오로 임하는데 파트너인 우리는 그보다 더해야 하지 않을까요? 대화가 중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죠. 제가 만난 사람들, 읽은 문헌, 작품, 분석했던 작품의 실패요인이나 연예인들이 휘말린 사건에 대응한 일화 등을 공유해요. ‘대화가 끊기면 전신에 흐르는 동맥이 끊긴다’고 생각하죠. 함께 일했던 사람들뿐 아니라 아직 작업하지 않은 사람들과도 꾸준히 만나 정보를 나누고 배웁니다. 기사나 서류로만 판단하지 않고 발로 뛰는 게 중요해요. 해진씨가 촬영을 시작하면 현장에 자주 찾아가 스태프와도 문제점을 분석해요. 팬들과 얘기하고 잘 모르는 사람들과 지하철을 타서 대화하고 목욕탕에서도 얘기를 나눠요, 이상한가요(웃음)? 그걸 대본을 볼 때 활용해요. 특별한 노하우라고 하긴 어렵지만 같은 직종의 사람보다 다른 직종의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고, 술은 마시지 않습니다. 언제나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서죠. 시간엄수는 기본이죠, 시간개념이 없는 사람은 게으르고 신뢰를 주지 못해요. 이런 작은 일들을 제대로 하는 게 제 노하우라면 노하우입니다.”

박해진이라는 좋은 배우 곁에는 황지선이라는 좋은 파트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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