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정보원(국정원)이 또다시 정쟁의 도구로 전락했다. 2012년 총·대선 개입 의혹을 시작으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등 ‘메가톤급 정치이슈’의 한가운데 섰던 국정원이 해킹 의혹에 시달리면서 ‘사찰정보원’, ‘정치정보원’ 등의 오명을 뒤집어쓴 것이다. 국정원의 정치개입 논란이 반복됨에 따라 현 국정원 조직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전망이다. [사진 출처=JTBC 동영상 캡처]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국가정보원(국정원)이 또다시 정쟁의 도구로 전락했다. 2012년 총·대선 개입 의혹을 시작으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등 ‘메가톤급 정치이슈’의 한가운데 섰던 국정원이 해킹 의혹에 시달리면서 ‘사찰정보원’, ‘정치정보원’ 등의 오명을 뒤집어쓴 것이다. 국정원의 정치개입 논란이 반복됨에 따라 현 국정원 조직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전망이다.
◆與, 정치쟁점화 반대 vs 野, 국조·청문회·특검 검토
여야는 20일 국정원 해킹 의혹을 놓고 확연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여당은 국정원 이슈의 정치쟁점화에 반대를 천명했지만,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정조준하면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및 청문회, 특별검사제(특검) 도입 카드를 고리로 파상공세를 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신임 주요당직자 임명장 수여식 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제안한 긴급현안질의와 관련해 “국정원 문제는 국회 정보위원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국정원 해킹 의혹 이슈를 키우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국정원 관련 발언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2.8 전국대의원대회가 열린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에 대해 “국가정보기관의 불법사찰과 도·감청은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중대 범죄”로 규정하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반면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에 대해 “국가정보기관의 불법사찰과 도·감청은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중대 범죄”로 규정하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경찰은 이날 임모(45)씨에 대한 사인을 ‘이산화탄소에 의한 질식사’로 규정하고 수사를 마무리 지을 방침이지만, △임씨의 극단적 선택(자살) 이유 △대북관련 정보의 삭제 이유 등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장기간 여야 갈등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전신은 ‘중앙정보부’…“국내정치 파트 폐지가 핵심”
국정원이 정치적 변곡점마다 ‘정치개입의 추억’에 빠지는 것은 한국 정치의 어두운 역사와 무관치 않다. 국정원의 시초는 군사독재 시절인 1961년 5·16 쿠데타 직후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국가재건최고회의를 통해 ‘중앙정보부(1961년~1981년)’를 출범시켰다. 초대 중앙정보부장은 JP(김종필)였다. 당시 원훈은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였다.
국가안전보장 등 정보·보안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명분으로 출범했으나, 속내는 철저한 ‘정권 보위’였던 셈이다. 이후 신군부가 등장한 1981년 국가안전기획부로 명칭을 변경했다. YS(김영삼) 정권 때까지 계속된 국가안전기획부는 DJ(김대중) 정권을 거치면서 국정원으로 탈바꿈했다.

이병호 국정원장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문제는 보수·진보 정권을 가리지 않고 국정원이 ‘국가안전보장’ 등의 이유로 국내정치에 개입했다는 점이다. 국정원은 DJ 정권 때인 1998년∼2002년까지 야당 정치인과 민간인을 무차별 도·감청했다. 이는 정형근 당시 한나라당 의원에 의해 폭로됐다. 3년 후인 2005년 8월 국정원의 도·감청은 사실로 드러났다.
가장 최근에는 2012년 총·대선 전후 국정원 내 심리전단팀이 특정 후보 낙선 등의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에 시달렸다. ‘이명박(당시 대통령)-원세훈(당시 국정원장)-박근혜(당시 대통령)’ 삼각 커넥션 논란이 일고 있는 까닭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정원은 초유의 사태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주도했고, 2013에는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중국 출입 기록을 조작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국정원이 ‘정치개입의 향연장’이 됐다는 얘기다.
박찬종 변호사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국정원의 정치개입 논란과 관련해 “박정희 체제 유지를 위해 5·16 쿠데타 직후 중앙정보부를 만들었다. 국정원의 비극은 그 탄생 배경에서 오는 것”이라며 “국내 정보수집권 등을 이용하는 국내정치 파트를 폐지하고, 이스라엘 모사드처럼 해외정보만 담당하는 체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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