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신문 김종호 기자 = #. 서울시 성북구에 거주하는 진모(37)씨는 최근 한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아파트 분양권을 판매한다는 게시물을 보고 전화를 걸었다가 화들짝 놀랐다. 판매자가 아직 전매 제한이 풀리지 않은 아파트 단지를 팔겠다며 소개했기 때문이다. 판매자는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며 거래를 제안했지만, 전매 제한 단지의 거래가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진모씨는 결국 해당 분양권 거래를 취소했다.
최근 지속되는 전세난과 1%대 초저금리가 맞물리면서 아파트 분양시장에 ‘청약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을 통한 분양권 불법 전매가 크게 늘고 있어 실수요자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2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의 아파트 분양권 거래는 총 1032건으로 통계가 시작된 2007년 6월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도 서울에서만 600건이 넘는 분양권이 거래되는 등 최근 들어 분양권 거래시장이 뜨거워지자 온라인상의 분양권 거래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한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이달 현재까지 총 20건이 넘는 분양권 거래 게시물이 올라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분양권 관련 게시물이 한 달간 10건을 채 넘기지 못했지만, 올해 들어 매달 20건 이상의 분양권 거래글이 꾸준히 올라오는 상황이다.
본지가 해당 사이트의 분양권 관련 게시물을 확인해본 결과 판매자의 정보는 물론 구체적인 거래 대상과 조건 등을 자세히 확인하기 어려웠다. 또 아직 전매 제한이 풀리지 않은 아파트 단지의 분양권 거래를 희망하는 판매자의 게시물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지난 6월 대우건설이 분양한 ‘기흥역 센트럴 푸르지오’는 전매 제한이 6개월임에도 불구하고 분양권을 판매하겠다는 글이 버젓이 올라와 있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개인 간의 분양권 거래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아직 전매 제한이 풀리지 않은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거래는 명백한 불법”이라면서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불법 전매는 거래자 모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된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분양권 전매 자체가 금액이 크고 거래 절차 등이 복잡해 사기나 분쟁 등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소지가 많아 가급적 부동산중개업자를 통해 거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윤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요즘 들어 분양권 거래가 워낙 활발하다보니 매도자 우위 상황에서 매수자에게 다운계약서를 요구하거나 세금 등을 떠넘기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면서 “특히 온라인을 통한 분양권 전매는 오프라인보다 판매자나 상품의 정보 확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중개업자를 통해 위험 부담을 최대한 배제하며 거래에 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온라인상 분양권 불법 전매와 관련, 국토부와 경찰청 등이 적극적인 단속을 통해 적절한 대응을 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관할 당국 모두 아직까지는 온라인 분양권 불법 전매에 대한 문제 인식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단속은 각 지자체와 경찰청이 맡고 있으며, 국토부는 관련 수사와 관련해 법적 해석이나 수사 지원 등만 담당하고 있다”면서 “아직 온라인에서 개인 간 분양권이 거래된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도 “온라인상에서 일어나는 분양권 전매 사기 사건이나 불법 전매 관련 접수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며 "단속이나 수사 계획도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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