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영관 기자 = # 서울 강북구에 사는 김 모(34세)씨는 올 가을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재계약을 할지 매매로 갈아탈지 고민이 많다. 인근 3800여가구 규모 SK북한산시티를 둘러봤는데 전세물건이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이 비싼 전세 물건만 남아있고 이마저도 5~6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 서울 양천구에 사는 이 모(38세)씨는 꿈틀거리는 집값 상승세에 최근 인근 지역에 집을 구입하고 자신이 살던 소형 아파트는 전세로 내놓기로 했다. 중개업소에 전세물건을 내놓자마자 반나절 사이에 4팀이 찾아왔고 이 중 젊은 신혼부부가 집을 계약했다. 중개업소에선 이미 사전예약을 하고 간 팀들이 많기 때문에 인터넷포털 등에 물건을 올릴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계절적 비수기로 꼽히는 7월에도 전셋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수천가구에 달하는 대단지에도 전세물건이 10개 미만일 정도로 품귀현상은 지속되는 반면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는 전환수요는 최근 대출규제 등으로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27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한 주 전보다 0.15% 상승했다. 수도권(0.21%)에선 서울이 전주에 비해 0.24% 올라 57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경기와 인천도 각각 0.19%, 0.21% 올랐다.
광진구(0.35%)는 인근 강동구 재건축 이주 수요와 지하철 2호선 주변 역세권 단지를 중심으로 12주 연속 상승했다. 성북구(0.33%)는 만성적 전세물량 부족 현상에 장위1·5구역과 석관2구역 재개발 이주수요로 인해 오름세가 장기화됐다. 양천구(0.32%)는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수요와 여름방학을 맞아 미리 움직이려는 학군수요가 맞물리면서 가격이 올랐다.
양천구 신월동 소재 S중개업소 관계자는 "2300가구 소형아파트로 구성된 아파트 단지에 전세물건은 1~2개 수준이기 때문에 전세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라며 "가뭄에 콩 나듯 전세물건이 나오면 포털 등에 올리기 보다는 사전에 예약을 하고 간 사람들 위주로 물건을 보여준다"고 시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여기에 신규로 집들이를 하는 물량도 많지 않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10월까지 석달간 전국에 입주가 예정된 아파트는 총 7만3399가구로 이중 수도권은 3만1804가구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은 3919가구에 불과하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여름철 전세 수요가 예년에 비해 늘었다기 보다는 전세 물건 자체가 귀하다보니 비수기에도 체감 전세난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전세난을 우려한 수요자들이 평소보다 빨리 움직일 가능성이 커 비수기에도 전셋값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으로 내년 이후 수요자들의 구매심리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많다. 특히 전세입자의 매매 전환수요가 많은 서울 강북권과 강서 지역에선 기존 주택 거래가 줄어들고 전세시장에 남는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강서구 화곡동 I중개업소 관계자는 "화곡동은 신혼부부 등 30~40대 전세입자들이 많은 곳인데 최근 대출을 끼고 매매전환을 고려하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된다면 매매전환 수요 중 상당수가 전세시장에 눌러앉을 것"으로 예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