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루 반정부 단체 '빛나는 길'에 억류돼 노예 생활을 했던 여성과 어린이 39명이 페루 정부군에 의해 구출됐다. [사진= 유튜브 'AFP' 채널 영상 화면 캡처 ]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페루 최대의 반(反)정부 테러조직 ‘빛나는 길’에서 조직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명분으로 ‘씨받이’ 역할과 노예 생활을 해온 여성 13명과 게릴라 요원이나 마약 농장 일꾼으로 강제 투입된 어린이 26명이 페루 정부군에 구출됐다.
페루 정부군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아마존강 유역 중부 아샤니카 지역에 헬리콥터 4대와 군병력 120명을 투입해 납치당한 인질을 구했다고 현지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가 28일 보도했다. 구출된 한 여성은 신문에 "우리는 30년 가까이 이곳에 억류돼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은 ‘생산 농장’이라고 불리는 이 캠프에서 게릴라 요원을 ‘생산’하는 씨받이 역할을 하면서 농사일에 강제로 동원됐다. 나이가 들면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군은 “이곳에서 태어나거나 잡혀 온 아이들은 14∼15세가 되면 곧바로 게릴라 요원으로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들은 구출 당시 “군인들이 죽이러 온다”는 거짓말을 게릴라들로부터 전해 듣고 겁을 먹고 있었다고 군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1980년 창설된 ‘빛나는 길’은 중국 마오쩌둥 사상을 신봉하는 사회주의자들로 구성된 반정부 단체다. 마오쩌둥의 전술도 모방해 철저하게 게릴라 전술에 의지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7만여 명이 목숨을 잃은 페루 내전을 주도한 것도 이 단체다. 1992년 최고지도자 아비마엘 구즈만이 체포되고 7년 뒤 ‘게릴라전의 귀재’ 라미레스 두란도 붙잡히면서 조직이 축소됐다.
페루 정부는 ‘빛나는 길’ 조직이 거의 와해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잔당이 남부 산악 등으로 숨어들어 가 코카인 재배 농민과 밀매업자를 보호해 주고 세금 명목으로 군사 활동 자금을 받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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