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그로테스크한 앨리스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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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0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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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미안해요. 그러니까 내가 죽이는 거 이해해주세요.”

성실하게만 살아왔던 수남(이정현). 하지만 이 세상은 성실하게 살기엔 너무도 각박했고 또한 잔혹했다.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감독 안국진·제작 KAFA FLMS)의 이야기다.

영화는 열심히 살아도 행복해질 수 없는 5포 세대 수남이, 자신의 행복을 막았던 이들을 찾아 통쾌한 복수를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어린 수남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녀는 공장에 취직하느냐, 고등학교에 진학하느냐를 두고 고민하던 중 엘리트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한 그는 남다른 손재주로 14개의 자격증을 땄고 엘리트로서의 삶을 살기 위한 준비를 마친다. 하지만 그런 그녀 앞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난다. 컴퓨터의 등장이었다.

“어릴 때부터 손으로 하는 건 뭐든지 잘했다”는 수남은 컴퓨터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만다. 어렵사리 작은 공장에 취직하게 된 수남은 그곳에서 사랑하는 남편 규정(이해영)을 만난다. 두 사람은 “아이만큼은 나처럼 살게 하지 않으려” 내 집 마련을 위해 애쓴다. 하지만 세상은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온 두 사람에게 번번이 혹독한 시련을 안긴다.

수남 부부에게는 자꾸만 난감한 일이 생기고, 잠까지 줄여가며 일을 해도 빚은 자꾸만 불어난다. 그러던 중, 수남의 동네가 재개발 대상에 놓이고 수남은 한방에 빚을 청산할 기회를 잡는다. 수남의 숨통이 트이려하면 자꾸만 그의 행복을 막는 이들이 나타나고, 수남은 “더이상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남다른 손재주로 남다른 복수를 시작한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16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생계밀착형 코믹 잔혹극이라 불리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KAFA 장편가정 7기 안국진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안국진 감독은 첫 장편 영화 데뷔작임에도 불구,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단단하고 묵직한 힘을 발휘한다. 특히 5포 세대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감각적인 연출로 풀어내며 ‘유머러스함’ 또한 잃지 않는다. 특히 그의 유머는 가볍게 느껴지기보다 묵직하고 씁쓸한 뒷맛을 남기며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만의 이미지를 구축한다.

또 이 영화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한 것은 배우들의 도움도 컸다. ‘역대급 광기’를 보여준 이정현과 캐릭터에 현실성을 불어넣는 서영화, 명계남, 이준혁, 이대연, 이해영 등 조연 배우들의 활약 역시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다.

강렬한 미장셴을 지나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 그리고 망설임 없는 전개와 태도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가 가진 색채를 더욱 확고하게 만드는 힘. 90분이라는 짧은 런닝타임 동안, 안국진 감독은 적재적소에 유머나 풍자, 이미지 등을 배치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완성했다. “근래 읽어 본 각본 중 최고”라는 박찬욱 감독의 평이 결코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런닝타임 90분을 함께한 관객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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