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인기리에 판매중인 샤넬 메이크업 제품.]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 서울 송파구에 사는 K씨는 여름휴가를 앞두고 인터넷 면세점에서 샤넬 화장품을 구입하려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면세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하던 적립금을 샤넬에서는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K씨는 면세점 측에 항의했지만 '브랜드 정책상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는 "화장품 가격을 밥먹듯이 올리는 샤넬이 구매가 늘어나는 휴가철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적립금 혜택까지 없앴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사넬이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번엔 적립금 사용을 금지한 '꼼수 가격 인상'이다. 해마다 인상되는 가격정책에 소비자들의 비난이 폭주하자 적립금 사용을 막는 방식으로 할인 혜택을 없앴다. 우회적인 가격 인상인 셈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지난 6월말부터 신라인터넷면세점과 롯데인터넷면세점 등에서 화장품 및 향수 등의 제품을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게 하던 적립금 제도를 폐지했다. 할인권과 쿠폰, 적림금 등 면세점에서 제공하는 3가지 혜택을 모두 사용 금지한 브랜드는 샤넬이 유일하다.
적립금 제도는 면세점 우수고객을 위해 상품의 일정금액을 환급해 고객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한 제도다. 보통 결제금액의 30% 이내에서 현금처럼 자유롭게 사용 할 수 있다.
샤넬 측은 면세점에 할인쿠폰과 상품권 등 모든 할인 결제수단에서 자사 브랜드를 제외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넬과 비슷한 가격대의 에스티로더, 디올 등 수입 브랜드에서는 사용이 가능하다.
면세점 입장에서는 샤넬이 '절대 갑'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샤넬에서 할인정책 철회를 요구해와 급작스럽게 내려진 결정"이라며 "이와 관련해 회원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면세점에서 제공하는 적립금은 일종의 브랜드 할인 정책"이라며 "백화점 매출이 크게 줄고, 면세점 매출이 늘자 샤넬에서 이 할인 혜택을 없앤 것"이라고 전했다.
소비자들은 황당하다는 지적이다.
면세점을 통해 자사의 매출은 늘리면서 슬그머니 혜택을 줄이는 건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태라는 주장이다. 실제 샤넬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향수와 화장품 등의 가격을 두 차례에 걸쳐 5~15% 인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침체와 국내 브랜드의 부상 등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샤넬이 또 한번 고가 정책으로 소비자 마음을 붙잡으려 하고 있다"며 "대체재가 많아진 현 상황에서 샤넬의 시계만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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