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한국 조선업계가 오는 9월 대규모 파업을 예고하며 위기감이 고조되는 것과 달리, 중국 조선업계는 생존을 위해 럭셔리 크루즈선 산업 육성에 나서는 등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추격으로 코너에 몰린 가운데서도 국내 조선업계는 대규모 파업 등 내부갈등이 진행돼 글로벌 시장에서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24일 조선업계와 중국 언론 등에 따르면 중국 조선공사와 중국 투자공사는 지난 20일 베이징에서 럭셔리 크루즈 산업을 위한 합작 투자회사 설립 및 포괄적이고 전략적 협업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중국의 크루즈선 건조 및 여객산업 등을 지원·육성하기 위해 협력에 나설 예정이다.
중국의 크루즈선 산업 진출은 그간 벌크선 위주의 단순 제작에서 벗어나 선박의 고급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간 중국산 선박의 경우 ‘싸구려’‘낮은품질’이라는 인식이 컸다. 일례로 글로벌 대형 상선업체들은 중국산 선박 구입을 ‘망신’으로 여길 정도로 저평가돼 왔다.
하지만 크루즈선 건조를 위해 기술역량을 집중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유럽의 일부 조선소에서만 건조중인 크루즈선을 직접 건조해 선단 구성을 다변화한다면 저평가된 인식의 재고는 물론 우리나라 조선업계와의 기술 간극을 더욱 좁힐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은 오는 2017년까지 해양플랜트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국가차원의 계획을 내놓은 만큼 우리나라와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처럼 기술역량을 집중하는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노조파업이라는 암초를 만나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빅3 조선업체 노조들은 오는 9월 9일 공동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파업 소식이 알려지면서 현재 사업장별로 노노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노조측의 주장은 “부실의 책임은 경영진에 있다”는 것이다. 즉 묵묵히 일만해온 노동자에게 부실의 책임을 임금동결로 떠넘기는 행태는 용납이 어렵다는 것이다. 반대편은 “회사없이 노조없다”는 입장이다. 생존을 위해 임금동결 등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며 회사측의 입장을 대변 중이다.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대규모 파업이 득과 실을 따졌을 때 득보단 실이 많을 것이란 의견이다. 특히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대형조선사는 물론 중소형 조선사에 대해 채권단의 여신회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또 정치권의 견제로 그나마 유동성 흐름이 유지되는 실정에서 이번 파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파업 소식으로 민심은 물론 그간 조선업에 우호적이었던 정치권마저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며 “파업 강행으로 남는 것을 따져본다면 아무것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중국 조선업이 턱밑까지 맹추격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조선업계도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파업으로 중소형 조선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자금지원 중단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서 “조선노조 출범이 자칫 중소형사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조선업 발전이라는 대승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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