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한국 조선업계가 8월에 이어 9월에도 수주량 기준으로 중국과 일본에 밀려 3위를 기록했다. 조선업체 부실에 대한 잘잘못을 따질 시간에 중국과 일본 업체들은 부지런히 우리나라의 주력 선종들을 하나둘 씩 건조하면서 기술력을 키우고 있다.
5일 영국의 조선해운 전문 분석업체인 클락슨이 집계한 9월 국가별 수주량에서 한국은 107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를 기록해 중국(149만CGT)과 일본(138만CGT)에 밀려 2개월 연속 3위를 기록했다. 분기 수주실적에서도 한국은 3분기에 211만CGT를 수주하면서 중국(348만CGT)과 일본(236만CGT)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과 일본 해운사들이 초대형 선박들을 자국 조선소에 발주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중국 해운사인 COSCO는 2만TEU(1TEU는 가로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5척과 1만9150TEU급 6척 등 총 11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자국 조선소에 발주했다. 이들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총 81만CGT 규모로 중국의 월별 수주량(149만CGT)의 54%에 해당된다. 또 일본 선사인 MOL과 K-LINE 등은 VLCC(초대형원유운반선) 9척을 자국 조선소에 발주한 것이 순위 역전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중국에서 건조된 중국선박으로 중국화물을 수출한다’는 국수국조(國輸國造) 정책을 통해 중국 선박은 중국 조선소가 짓는다는 원칙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초대형선박에 있어서는 예외를 뒀다. 이는 기술력 한계가 이유로 그간 우리나라 조선사에 발주를 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기술추격이 이뤄지면서 초대형선박 건조가 가능해진 만큼 이는 다시 자국 조선소로의 발주로 이어지게 된 것으로 풀이가 가능하. 일본 역시도 엔저효과를 등에 업은 선가하락과 기술개발 등을 통해 자국 선사들이 수주받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놓은 상태다.
조선업계는 현재 대규모 부실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에 치중하지 말고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논의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데 입을 모은다. 앞서 만났던 한 조선업계 고위관계자는 “실타래 같이 얽힌 조선업을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장관(경제부총리)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모일 수 있을까. 100% 불가능한 현실이다. 구조적인 모순 때문에 제대로 된 구조개편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즉 조선업과 연계돼 있는 각 부처간 유기적이고 밀도 높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한국의 선박건조 기술 차이는 불과 2년도 채 안된다고 본다. 거기에 가격까지 저렴해 해외 중소형 선사들이 많이 찾고 있다”면서 “일본 역시 엔저정책에 힘입어 가격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는 만큼 한국 조선업은 과거 손실에 대한 질타보다 미래를 위한 걱정이 먼저 앞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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