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중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9조8000억원 증가했다. 8월 실적으로는 역대 최대 수준, 전체를 통틀어서도 지난 4월 10조1000억원이 증가한 데 이어 사상 둘째로 큰 규모이다.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은 은행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이 가계에 빌려준 돈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8월은 부동산시장 비수기임에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급증세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의 8월 말 잔액은 773조1000억원으로 역시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갔다. 이같은 폭증세는 주택담보대출이 이끌었다. 주택담보대출은 8월 한달에만 6조7000억원이 늘어 역시 8월 중 증가 폭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비수기에도 주택담보대출이 폭증한 데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한몫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7월 내놓은 '가계부채종합 관리방안'은 주택담보대출을 원리금 분할상환 위주로 바꾸고, 대출심사 방식도 담보 중심에서 빚 상환능력 중심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은행의 대출 문턱을 높여 가계부채 증가세를 조절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출 수요자들은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심사를 강화할 수 밖에 없다"며 "전세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이다 보니 대책 시행 전에 매매로 돌리려는 수요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기타 대출도 휴가철 자금 수요로 인해 마이너스통장 등을 중심으로 3조1000억원 늘었다. 금융회사별로는 예금은행이 주택담보대출 6조2000억원, 기타대출 1조6000억원 등 7조8000억원 늘었다. 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은 주택담보대출 5000억원, 기타대출 1조5000억원 늘어 2조원 증가했다.
지역 별로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5조4000억원 늘었고 비수도권에서 4조4000억원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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