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내년 4월 국회의원총선거에 대한 선거구 수를 획정해야 할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결국 법정기한 내 획정안 제출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독립기구인 획정위가 정치권 눈치만 봤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무용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김대년 획정위원장은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법정기한 내 획정안 제출 무산에 대해 획정위 명의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에서 획정위는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할 법정기한인 10월 13일까지 그 소임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까운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획정위는 선거구획정을 위한 인구산정기준일과 지역선거구수의 범위를 결정했지만, 위원 간 의견 불일치에 따라 합의점을 찾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죄송하게도 국민의 여망을 담아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획정위는 "정치개혁이 나아갈 길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해야 할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송구하다"면서 "내년 국회의원 선거가 차질 없이 치러지도록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정치적 결단을 발휘해 주기를 국민과 함께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당초 국회에 소속돼 있던 획정위는 지난 5월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중앙선관위 소속으로 선거 사상 첫 독립기구가 됐다. 지난달 내년 총선 지역구 수 범위를 244~249석으로 하자는 결정까지 내렸지만, 현행 246석의 유지 여부와 세부 내용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현행법상 획정위 운영기간은 20대 총선 선거구역 및 명칭이 확정돼 효력이 발생하는 날까지다. 이번 제출 무산과 별개로 획정위는 획정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나, 아직까지 다음 회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 첫 출발부터 법정 기한을 어긴 선례를 남기면서 획정위의 독립성이 무색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과문 발표 후 김대년 위원장에게 기자들이 '정치권 눈치를 본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위원들이 개개인의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의견을 제시해왔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공은 다시 정치권으로 넘어왔다. 새누리당은 농어촌 지역 대표성 확보 차원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줄여 지역구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의원정수(300명) 확대도 검토하자며 여당의 주장에 반대하고 있다.
한편 선거법상 국회가 본회의 의결을 거쳐 선거구 획정안을 최종 통과시키는 법정 기한은 11월 13일이다. 양당 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아 최종 시한마저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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