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가연 기자 ="요즘 뉴스를 보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다 자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사는 것 같아요. '에고(ego, 자아)' 그 너머를 봐야 하는데 모두가 안간힘만 쓰며 살고 있습니다."
목판화가 이철수 화백(61)이 15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넌지시 던졌다.
지난 3년간 원불교 대종경에 빠져있던 그가 대종경의 가르침을 205개 판화에 담은 신작 판화전 '네가 그 봄꽃 소식 해라'로 대중 앞에 섰다. 대종경은 원불교 8개 경전 중 하나로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1891~1943)의 가르침을 기록한 것이다.
원래 100점이 목표였지만 그리다 보니 300점이 넘었고 그중에 꼭 전시하고 싶은 것만 골랐는데도 200점이 넘었다는 이 화백은 “이 한 권의 경전에 순우리말로 담긴 삶의 지혜가 매우 컸다”고 설명한다.
“내가 보니까 대종경의 가르침은 모든 평범한 사람들도 접근할 수 있는 지혜였습니다. 삶에 성실하지 않은 것을 나무라는 내용도 있고. 특별하게 수행하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물질이 개벽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100년 전 소태산의 가르침이 오늘날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라고 본 그는 "물질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을 정신의 큰 변화가 당연하고 급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원불교 홍보대사는 아니라고 했다. 30여 년 전 결혼을 앞두고 아내가 원불교 신자라 몇 차례 교당에 따라간 경험만 있을 뿐인데 이번 작업을 하며 대종경의 매력에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그 매력을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판화의 색채 또한 원불교를 상징하는 인주, 황토, 갈색을 주로 썼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한 김성진 원불교 교무는 "원불교가 올해 원기(圓紀) 100년을 맞았다"면서 "대종경은 차분하게 무언가 생각하게 만드는 경전인데 이철수 화백의 판화 역시 이런 점에서 맞닿아있다고 생각해 이번 전시를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원불교 100주년 기념성업회의 주최로 열리는 이번 판화전은 오는 21일부터 내달 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진행된다. 서울 전시가 끝나면 대구(11월10~15일), 광주(12월3~9일), 익산(12월10~23일), 부산(12월24~31일), 대전(내년 1월5~14일)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