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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SK와이번스 페이스북]
박진만은 20시즌 동안 1,993경기 출장, 1,574안타, 153홈런 781타점 94도루, 타율 0.261를 기록했으며 유격수로서는 최다인 골든글러브 5회를 수상하며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유격수로 평가받았다.
고교 시절부터 박진만은 ‘대형 유격수’의 자질을 보였다. 이미 프로에서도 통할 것이라던 수비는 물론이거니와 봉황대기에서 타격왕을 차지한 재능은 많은 프로 스카우터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는 잠시 고려대 진학을 염두에 두기도 했지만 96년 결국 인천 연고팀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박진만이 현대에 입단 할 당시 주전 유격수는 지금 넥센 히어로즈의 감독을 맡고 있는 염경업이었다. 하지만 박진만은 입단 하자마자 김재박 감독의 눈을 사로잡으며 주전 유격수로 도약했다. 수비만 좋았던 염경업에 비해 방망이까지 갖춘 박진만은 팀의 프랜차이즈로 키우기에 적합한 선수였다. 유격수 출신이었던 김재박 감독은 박진만을 훌륭하게 조련했고 타고난 재능에 훌륭한 스승까지 만난 박진만은 재능을 꽃피울 수 있었다.
박진만이 뛰었던 1996~2004년까지 현대는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 사이 8번이나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고, 정규 시즌 우승 4회, 한국 시리즈 우승 4회의 업적을 기록했다.
현대는 이런 성적에도 불구하고 2001년부터 모기업이 지원을 중단하며 주축선수를 한두 명씩 팔아 치워야했다. 그 와중에 2005년 FA자격을 획득한 박진만은 삼성의 러브콜을 받았다. 당시 삼성은 ‘우승 청부사’ 김응용 감독을 영입하는 파격으로 2002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후 2003년과 2004년 연속해서 우승 문턱에서 좌절해 자존심이 상해 있었다.
삼성은 더 큰 돈을 풀어 전력을 보강하기로 했다. 2004년 현대 2루수 박종호를 FA로 영입한데 이어 박진만까지 데려와 황금 키스톤 콤비를 구축했다. 심정수에게 60억을 안겨주긴 했지만 박진만에게도 4년 39억이라는 엄청난 액수를 투자했다. 장타력을 없는 유격수에게 엄청난 돈을 푼 삼성의 결정은 박진만의 위상을 보여줬다.
삼성은 박진만, 심정수 영입과 함께 전성기를 누렸다. 2005년, 2006년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006년 한국시리즈에서 박진만은 25타수 7안타(타율 0.280) 2타점 4득점의 성적으로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압도적인 타격 성적은 아니었지만 3차전 결승타와 4차전에서 선보인 두 번의 결정적인 호수비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박진만은 2009년 이후 부상에 시달리며 기량이 하락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삼성의 차세대 유격수 김상수에게 자리를 내주고 SK 와이번스로 이적했다. 이적 직후인 2011년 0.280의 타율에 안정된 수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이후에도 팀에 경험을 더하며 선수 생활을 유지했지만 38살의 나이가 된 올해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당하며 선수 생활을 마감하기로 결정했다.
박진만은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다. 동시대의 이승엽처럼 홈런 기록을 세우지도 박재홍처럼 30-30 같은 대기록을 작성하지도 못했다. 박종호처럼 타격왕을 차지하지도 못했고, 발도 그다지 빠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위대한 선수였다. 젊은 시절 넓은 수비범위와 강한 어깨로 가끔 ‘메이저리그급 수비’를 보여주곤 했지만 그의 진짜 강점은 안정감이었다. 박진만은 명성에 비해 ‘호수비 영상’이 많이 없다. 빠른 타구 판단과 정확한 포구로 인해 수비를 쉽게 한다는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그가 있던 동안 현대와 삼성은 6번이나 정규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안정감 있는 유격수가 우승의 필수조건이라는 야구계 속설처럼 박진만은 당시 우승을 노리는 팀에게 가장 필요한 선수였다. 전성기 시절 대표팀의 유격수 자리도 늘 그의 차지였다. 팬들과 전문가들이 가상으로 대표팀 명단을 짤 때 가장 먼저 써 넣는 이름은 유격수 자리에 ‘박진만’이었다.
과거 있었던 일화로 기사를 마무리 하려 한다. SK와 기아가 병살을 피하기 위해 야수를 향해 태클하는 행위에 대해 격렬히 논쟁을 벌인 적 있다. 그때 전문가들이 박진만에게 의견을 물었다. 당시 그는 “야수가 마땅히 피하며 송구를 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중요한 건 이를 받아들인 팬과 전문가들의 반응이었다.
“유격수비는 박진만이 그렇다면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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