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No.1 코리아]포항제철소 1기 조강생산 103만t은 한국 독자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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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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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박태준 포스코 사장, 박정희 대통령, 김학렬 경제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이 1970년 4월 1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1기 착공식에서 착공버튼을 누르고 있다.[사진=포스코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1970년 4월1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1기 착공식이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용선, 용강을 종합적으로 생산하는 일관제철소 설립을 추진한 지 10년간의 답보상태 끝에 시작된 대역사였다.

포항제철소 1기 공사의 제강 연산규모는 103만t이었다. 103만t을 정한 배경과 관련, 일부 인사들은 60만t 규모의 대한국제제철차관단(KISA) 계획이 무산된 뒤 일본과 계약을 추진하면서 일본측이 제시한 안을 받아들였다고 주장한다.

연산 103만t 체제의 포항제철소 종합건설계획안을 최초로 설계해 포항제철소 태동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 김재관 박사(상공부 초대 중공업차관보·한국표준연구소 초대 소장 역임)는 포스코 사보와 인터뷰에서 “103만t은 우리가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박정희 대통령은 일관제철소 설립을 위한 계획안의 타당성 때문에 계속 국제기구에 대한 지원 요청이 거절되자 1969년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 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에 김학렬 당시 경제 제1수석비서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를 방문해 계획안 작성을 요청했다.

이어 그해 6월2일 박 대통령은 김학렬 경제 제1수석비서관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으로 기용했다. 김 부총리는 대통령의 특별 지시에 따라 경제기획원내 ‘종합제철 사업계획 연구위원회(종합제철 건설전담반)’를 설치했다. 연구위원회에서 김 박사는 ‘제철소의 종합건설계획안 설계’를 담당하게 된다.

김 박사는 독일의 대표적인 제철기업 중 하나인 데다가 기계공업 근무시절 얻은 철강산업 지식과 그곳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요청으로 한국 철강산업을 위해 준비했던 마스터플랜 작성 경험(김 박사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한국 철강공업 발전 제안서’를 1964년 당시 독일을 방문한 박 대통령에 전달했다)을 바탕으로 다각적인 면에서 건설안을 기획하고, 분석하고, 연구했다. 지금으로 말하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한 것이다.

검토결과 기존 계획 60만t에서 103만t으로 대폭 확장했다. 김 박사가 제시한 새로운 안은 국제적 기준을 충족하면서 경제적·기술적 타당성을 갖춰 세계은행(WB)과 대일청구권자금 전용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던 일본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로부터 포항제철소의 역사적인 설립이 시작됐다.

왜 포항제철소 1기 설비 규모가 연산 100만t이나 110만t이 아닌 103만t이냐고 의아해 할 수 있다. 김 박사는 “독일에서의 제철소 설계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국민소득 증가 추이, 자동차를 비롯한 중화학공업 확대 등 사회적 여건 변화, 수출 중심의 경제 확대와 이로 인한 경제적 여건의 변화, 철강 수요 변동 추이, 전후방 관련 산업 추이 등 많은 요소를 모두 고려하고 거기에 가중치를 주어 복잡한 수식을 풀어낸 결과가 103만t이었다”고 전했다.

수치를 바꿀 수도 있었지만 103만의 3만을 늘리지도 줄이지도 않고 그대로 두고자 했다고 한다. “기술자의 집착이었다고 해도 좋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 박사의 안을 통해 착공한 포항제철소 1기 공사는 1973년 6월9일 1고로가 처음으로 쇳물을 쏟아내면서 성공리에 완공됐다. 그는 “포항제철소 1기는 한국에 의해 독자적으로 설계된 것이며, 이에 대한 타당성을 인정받아 건설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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