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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서리가 내린 아침에는
마른 갈꽃에서도
시냇물 소리가 났다
겨울 드는 시냇가에
낮은 토담집을 짓고
늦도록 지친 아랫목을 덥힐
장작을 쌓는다
울 밖 갈꽃에서
눈 부신 바람이 일 때
너는 아직도
내 가슴 속 깊은 깃으로 살다
어느 강가에서 저물녘
갈대로 늙고 있을까
내 작은 토담집 마당
바람 서걱일 때마다
종아리 하얀 갈꽃으로 피었다
은빛의 머리로 늙어 갈까
오늘 나도
한 옹큼 갈대같이 나이가 들고
잔바람 시냇물 소리
갈꽃으로 늙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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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의 날씨는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고 있다. 비온 후 담장에 쌓인 낙엽은 서리를 맞고 겨울 채비를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마른 억새들이 제 스스로 바람을 만들어 조용히 흔들리는 풍경이 목가적입니다. 늦가을 산촌의 고즈넉함이다. 집 앞 강변에는 갈꽃들이 무리지어 피었다. 사실 갈대인지 억새인지가 구분이 안 될 때도 있지만 그게 뭐 대수이겠는가? 그들도 나처럼 가을을 나고 겨울을 맞고 늙어가는 것은 매 한가지인데… (* 갈대와 억새의 차이 : 갈대는 물을 좋아하는 식물로 강변이나 하천 등에서 무리지어 살고, 물가에서 자라는 물억새도 있지만 억새는 대부분 산에서 자생한다. 갈대는 키가 2~3m 정도로 크고 억새는 1.2m 정도 된다. 산촌에서 흔히 보는 것은 억새고 강변에서 보는 것은 갈대이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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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사진=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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