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11월 25일은 아산(峨山)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한국 기업가 정신의 최정점에 있는 그가 현역에서 활동했던 시기는 한국경제가 고도의 성장을 거듭했다. 축복된 자리이지만 2015년 한국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기업가 정신마저도 쇠퇴해 버렸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만약 아산이 살아 있다면, 지금의 현실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을까?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상 인터뷰로 정리했다.
- 어디까지 노력해야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처음에는 효과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서 다시 빈대에게 시달리게 되었다. 다음날 밤, 도대체 어떻게 이놈들이 밥상 위로 올라오는 것인지를 보기 위해서 불을 켰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 앞에서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물 때문에 밥상 다리를 올라갈 수 없게 된 빈대들이 벽을 타고 천장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천장에서 사람 몸을 향해 낙하하는 것이었다.
그 빈대들의 모습을 보고 깨달았다. ‘저런 미물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찾고 죽을힘을 다해서 노력하는데, 저는 빈대보다도 더 많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니 무슨 일에든 절대로 중도 포기하지 않고 죽을힘을 다해 노력을 쏟아 붓는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 그때 저는 빈대에게서 평생 어떤 일을 할 때도 더 하려야 더 할 게 없는,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자는 교훈을 얻었다.
쌀가게 점원 시절부터 언제나, 저는 최고로 잘하지 못했을지는 몰라도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처음 쌀가게에 취직했을 때, 자전거를 잘 못 탔던 나는 팥과 쌀가마를 주인집으로 배달하다가 빗길에 엎어지는 바람에 쌀과 팥이 엉망이 되고 말았다. 그날 밤부터 선배 배달꾼을 졸라서 자전거로 쌀을 배달하는 기술과 요령을 터득하고 내리 사흘을 밤잠도 잊고 배달연습을 했다. 얼마 안가서 한꺼번에 쌀 두가마를 싣고도 제비처럼 날쌘 최고의 배달꾼이 될 수 있었다.
나는 그때 밤을 세워가면서 배달연습을 했던 그 정신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이만큼이면 대충 되겠지?’와 같은 식의 태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아무리 사소한 일을 하더라도 우습게보고 대강대강 하는 사람은 큰일이 닥쳤을 때 절대로 최선을 다하지 못한다. 지금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다고 해도, 하다못해 남들이 가볍고 하찮게 여기는 일을 한다고 해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세상의 분명한 이치는 설령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최선을 다한 사람은 인정을 받고 그에 따르는 보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하루를 부지런하게 살면 하룻밤을 편안한 마음으로 잘 수 있다. 한 달을 부지런하게 살면 생활이 나아지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그리고 1년, 2년, 10년 이상을 부지런하게 사는 사람은 누구나가 인정하는 커다란 발전을 볼 수 있다. 부지런한 사람은 게으른 사람보다 하루에도 몇 십 배의 일을 해낼 수 있다. 한평생을 본다면 부지런한 사람의 삶은 게으른 사람 수십, 수백 명의 몫의 인생을 사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어디까지 노력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한계란 없다. ‘여기까지 했으면 최선을 다한 거야’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이미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하려야 더 할 게 없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여기까지 했으면······’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이다.
<출처: 현대경제연구원(2011), ‘정주영 경영을 말하다’, 웅진씽크빅>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