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느님도 못 살리는 JTBC '슈가맨'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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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5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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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JTBC]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시작은 창대했다. 케이블 채널과 종편이 하루가 다르게 커져가는데도 우직하게 지상파를 지켰던 ‘국민 MC’ 유재석이 처음으로 지상파를 넘어 종편행을 결정했을 때 관련 업계는 물론 대중까지 들썩거렸다. 유재석과 유희열이 만나 음악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MBC ‘무한도전-자유로 가요제’에서 이미 본 것이라 새롭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시청자를 만족시킬만 했다. 아옹다옹하며 방송 분량을 똑똑하게 챙겨가던 그들이었으니까.

다시 말해, 가요계에 짧은 전성기를 남기고 사라진 원히트 원더의 히트곡을 최신 버전으로 재탄생시켜 대결을 펼치는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이 동사의 히트 예능프로그램 ‘마녀사냥’ ‘냉장고를 부탁해’ ‘비정상회담’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기대는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추석 파일럿으로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반응은 싸늘했다.

과거 히트곡을 요즘 가수의 목소리로 듣는 일은 이제 너무 쉬운 일이 됐기 때문이다. MBC ‘나는 가수다’가 이 열풍을 시작한 것이 2011년. 그 이후 KBS2 ‘불후의 명곡’, MBC ‘복면가왕’ 등 비슷한 포맷이 줄줄이 나왔는데, JTBC는 후발주자의 후발주자가 되는데도 4년이 걸린 셈이다.

그럼에도 선두주자를 위협하는 강력한 한방이 없다. ‘불후의 명곡’에서는 조수미, 이선희, 마이클 볼튼 등 전설적 가수를 초대하는데, ‘슈가맨’은 고작 원히트 원더를 주인공으로 한다고 업신여기는 게 아니다. 짧은 전성기를 보내고 사라진 원히트 원더를 모든 세대가 반갑게 맞아주기를 바라는 제작진의 무모함을 탓하는 것이다. 과거 히트곡을 들려줬을 때 나잇대 별로 극명하게 갈리는 객석 반응을 포착하거나, 초대 가수를 알아보지 못하는 방청객에게 “대부업자처럼 생겼다” “오락실 좋아하는 동네 형처럼 생겼다”는 답변을 받아내는 것은 원히트 원더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프로그램의 한계를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다.

한 회마다 ‘불후의 명곡’은 7곡을, ‘복면가왕’은 4~6곡을 선보이는데, ‘슈가맨’은 70분이 넘는 시간을 단 두 곡으로 채운다. 지상파에서는 박정현 바다 김태우 이정 등 이름만으로도 묵직함을 자랑하는 가수들이 무대 하나가 끝날 때마다 심판대에 오르며 벌벌 떠는데, 종편에서는 연차 낮은 가수들(주로 아이돌이다.)이 미처 영글지 않은 무대를 선보인다. 그들을 기다리는 건 방송 말미에 배치된, 이겨도 그만 저도 그만인 투표뿐이다. 물량공세도, 음악적 질도, 예능적 긴장감도 챙기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게으르고 안일한 제작진, 겉으로만 긴장한 젊은 가수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것은 유재석과 유희열뿐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얼마 없다. 단발성 게스트에게 이렇다 할 캐릭터를 부여할 수도, 그렇다고 무대에 서서 노래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기껏해야 촐싹거리며 아웅다웅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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