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안광학이란 수천 개의 홑눈이 모여 겹눈을 형성하는 곤충의 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하나의 물방울을 홑눈에 비유한다면 여러 개 물방울이 촘촘히 모여 마치 곤충의 겹눈처럼 미세한 움직임까지 포착할 수 있는 입체시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중국 입체 3D 가상현실(VR) 기업 ‘이스과기(蟻視科技·ANT VR)’가 탄생했다. 이스는 중국어로 '개미의 시각'이란 뜻이다. 개미의 눈으로 사물을 보자는 의미에서 지었다. 이스과기는 복안광학 기술에 의존해 가상현실 체험이 가능한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유레카를 외친 청년은 올해 겨우 30세인 탄정(覃政)이다. 어렸을 적부터 공상과학(SF) 소설에 푹 빠져 홀로그래픽 스마트 안경, VR 헤드셋, 인체동작 식별시스템 등을 혼자 연구할 정도로 열혈 ‘SF광’이었다. 결국 그는 잘 다니던 중국공간기술연구원 박사 과정도 그만두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탄 CEO는 회사를 차리기 전부터 이미 가상현실, 입체영상, 증강현실(AR) 등과 관련한 기술 특허를 신청해왔다. 매달 5~6건의 특허를 신청하면서 현재까지 지적재산권 신청건수만 80건이 넘는다. 그는 “핵심기술은 하이테크 기업의 생명이다. 지재권으로 무장해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스타트 업에겐 더더욱 그렇다는 것.
기술 혁신에 끌린 투자자들의 돈도 끌어 모았다. 이스과기는 지난 해 5월 미국 크라우딩펀드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직접 연구개발한 VR 헤드셋을 소개했다. 올린 지 40일 만에 26만 달러(약 3억원)의 투자금이 몰렸다. 중국기업의 해외 크라우드 펀딩 신기록이었다. 곧 이어 세콰이어캐피털로부터 1000만 달러 투자도 유치했다.
덕분에 지난 해 말 이스과기는 자사 제품을 정식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굿바이 현실’을 테마로 열린 제품 발표회에서 이스과기는 VR 헤드셋을 비롯해 VR 카메라, 스마트폰용 VR 헤드셋을 본격적으로 선보이고 공식 판매를 개시했다.
특히 이스과기 VR 헤드셋이 인기몰이 중이다. 타 제품에 비해 호환성이 압도적이다. PC, 플레이스테이션, XBOX, iOS, 안드로이드, 블루레이 등 특히 다양한 운영 체제와 호환이 가능한 것. 오큘러스나 소니 VR 헤드셋을 각각 PC나 플레이스테이션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비교된다.
회사측은 △왜곡 현상을 교정한 비구면 렌즈 △1920*1080 해상도의 6인치 대형 스크린 △시야각 100도 등 기술은 가정용 아이맥스 영화관을 방불케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헤드셋 내부에 장착한 9축 센서 등을 이용한 동작인식기술은 적외선 센서를 이용한 오큘러스와의 커다란 차별점이다. 이밖에 상황에 맞춰 총, 검, 운전대 등으로 변형하여 사용할 수 있는 조이스틱도 이스과기 VR 헤드셋의 재미 중 하나다.
이스과기는 혁신적 VR 기술로 올해 제4회 중국창업혁신대회에서 당당히 2위를 차지했다. 중국창업혁신대회는 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공신력있는 창업 콘테스트다. 올해에만 총 2만6717개 팀이 참가해 승부를 겨뤘다. 지난 해에는 국영 중앙(CC)TV에서 '창업청년' 다큐에서 탄정의 창업스토리를 소개했을 정도다.
올초 미국 국제소비전자박람회(CES)에도 참가해 호평을 받았다. 세계적인 게임엔진업체 유니티 창업자 데이비드 헬가슨은 직접 헤드셋을 써본 후 “재미있는 체험”이라고 소개했다. 가상현실 기기업체 버툭스의 지오트겔룩 CEO는 "이스과기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페이스북 마크 주커버그 CEO는 가상현실을 PC·모바일에 이어 시장을 뒤집을 '제3의 기술'로 내다봤다. 지난 해 페이스북이 우리 돈 2조원에 오큘러스를 매입했을 정도로 가상현실은 향후 IT를 지배할 새로운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이스과기의 도전도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미 VR 하드웨어 방면에서 기술력을 뽐낸 이스과기는 앞으로는 VR 컨텐츠 개발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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