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내홍 최고조…"文 사퇴해야" vs "대표 흔들기 그만"

11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병헌 최고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새정치민주연합 제공]

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의 볼썽사나운 자중지란이 점입가경이다. 11일에도 당내 주류와 비주류는 새 지도체제 구성 문제를 놓고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갔다. 파국을 막기 위한 중진 의원과 수도권 의원들의 중재 노력은 또 다른 분열의 불씨가 됐다. 

◆지도부, 공식석상서 또다시 신경전

당 지도부는 공개회의에서 또다시 충돌했다.

비주류 유승희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안(문재인·안철수)을 넘어서서 천정배, 정동영, 손학규를 포함하고 가능하면 정의당도 포함하는 통합과 혁신을 위한 전당 대회밖에 답이 없다"며 "문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전대를 책임지고 성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최고위원은 중진의원과 수도권 의원들이 제시한 '문·안 비상대책위원회' 방안도 '문·안의 당권 나눠먹기'로 규정하며 "전대에서 당원이 선출한 최고위원을 문·안이 지명하는 비대위원으로 교체하는 게 대책인가"라고 비판했다. 

유 최고위원의 '작심 발언' 직후 추미애 최고위원은 유 최고위원을 향해 "그런 의견이 있다면 따로 조용히 서로 논의해서 수습해 나갈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면서 "각자 목소리를 내서 내뱉는 말이 마이크로는 멋지게 들릴 수 있어도, 문제 해결에는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주류 전병헌 최고위원은 '문재인 사퇴론'에 반기를 들었다. "최고위원직을 하루빨리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폭력적인 방식이 아니라 질서 있게 마무리하는 것이 당을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 자리에 지금도 있다"면서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정통성(당 지도부)을 인위적으로 와해시키려는 것은 대의와 명분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최고위원은 또 안철수 전 공동대표에게 쓴 공개편지를 낭독, "정치적 거목은 라이벌이 있어야 더 크게 자랄 수 있다"며 "지금은 두 분(문재인, 안철수)이 협력해야 할 때다. 문 대표가 내미는 손을 맞잡아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비주류·중진의원 "文 사퇴 후 비대위 구성"

지도부가 공개 석상에서 신경전을 벌일 때 이석현 부의장과 문희상·강창일·김동철·설훈·최규성·조정식·양승조·오제세·주승용·원혜영·김춘진·유인태·김성곤 의원 등 중진 14명은 긴급 간담회를 열고 △문·안이 협력하는 가운데 조속히 비대위를 구성하고 △전당대회 문제는 비대위가 협의해 결정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혁신과 통합을 추진한다는 3가지 합의안을 발표했다.

이석현 국회 부의장은 "(문 대표가)사퇴하는 것이지만 그분들(문재인, 안철수)이 비대위에 들어올 수 있고 공동대표가 될 수도 있다. 이를 명시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열린 비주류 의원 모임인 '야권 대통합을 위한 구당 모임'도 "일단 문 대표가 사퇴하고 비대위를 구성해 그 안에서 야권 대통합과 혁신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문 대표를 압박했다.

◆최재성 "대표 흔들기 그만" 호위무사 자처

문 대표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문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처해온 최재성 본부장은 중진의원들의 기자간담회 자리에 예고 없이 등장해 면전에서 중진의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재성 본부장은 "전당대회 문제를 비대위가 결정토록 하는 것은 당헌상 위배되는 것"이라며 중진 의원들을 몰아세웠다.

최 본부장은 "문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이것(비대위)을 협의한다면 이후에 논의해 볼 수가 있다. 그런데 사퇴하는 것을 전제로 비대위가 꾸려지면 비대위 권한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2개월 안에 전대를 해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전대를 비대위가 협의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은 당헌 위반"이라고 힐난했다. 

문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진 의원들에게 당부를 드리자면, 지난번 재신임 제안 때 저는 중진들의 중재 의견을 받아들여 중진들의 재신임을 수용했다"며 "그때 중진은 그 의견을 수용하면 앞으로 당 대표를 흔드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을 하셨는데 돌아서자마자 다시 흔들기가 계속돼 오늘이 이르게 됐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중진 의원들이 이런 상황에 대해 조금 더 책임 있는 자세로 상황을 수습하는 노력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