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온유 기자 = 태국 왕실 입장에서 말하자면 "예의 바른 의전 천재 '통뎅(Tongdaeng·왕실 애완견) 여사님'을 모욕한 죄"로 한 노동자가 무려 37년을 감옥에서 살게 됐다.
태국 노동자 타나콘 시리파이분(27)이 왕실 개와 관련한 풍자 이미지를 만들어 인터넷에 올린 혐의와 함께 왕실모욕죄(lèse-majesté)와 선동죄가 추가돼 징역 37년형을 선고받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4일 보도했다.
타나콘 씨가 '모욕한' 통뎅은 태국 왕 푸미폰 아둔야뎃이 길거리에서 구조해 왕실로 데려온 개다. 푸미폰 왕은 통뎅에 관한 책을 써 "겸손하고 의전을 아는 충견"이라며 "언제나 왕 아래에 앉는다"고 설명했다. 또 "존경할만한 개이자 정중한 개"라고 극찬했다. 태국 언론은 통뎅을 보도할 때 여성에 대한 존칭을 의미하는 '쿤(khun)'을 붙여 언급하고 있다.
타나콘 씨의 변호를 맡은 아논 눔파는 "최근 몇 년간 왕실모욕죄의 범위가 크게 확대됐지만 이 법이 개한테도 적용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태국 저명 학자는 지난해 400년 전에 죽은 태국 왕을 모욕한 죄로 고발되기도 했다.
NYT는 이러한 과잉처벌에도 태국 내 여론이 조용한 편이라고 전했다. 자신도 모욕죄에 휩쓸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사회에 퍼져있기 때문이다. 모욕죄는 태국인은 물론 미국 대사도 피해갈 수 없었다. 지난주 글린 데이비스는 외국 통신사들에게 "왕이 지나친 형벌을 내린다"고 비판했다는 이유로 군정 재판으로 넘겨졌다.
태국은 군부 정권이 들어선 이후 과도한 억압 정치로 논란이 일고 있다. 정권에 반대한다 싶으면 언론인, 학자, 정치인은 물론 심지어 학생까지 '행동 교정'을 이유로 잡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권단체 등에서 태국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거세다. 유엔인권최고사무소 대변인은 지난 8월 "왕실 모욕죄에 대한 형량이 과도하다"고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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