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히말라야'에서 산악인 엄홍길 대장역을 열연한 배우 황정민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단순히 “사람들이 좋아서” 시작한 영화는 촬영 막바지에 이르면서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으로 바뀌었고 고된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문득 떠올리면 “고생한 기억이 가득”하면서도 결국은 “사람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며 좋은 추억으로 갈무리되곤 했으니.
12월14일 영화 ‘히말라야’(감독 이석훈·제작 (주)JK필름·제공 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개봉 전 아주경제와 만난 배우 황정민은 ‘사람’과 ‘리더’라는 작품의 키워드에 걸맞은 품격을 가진 남자였다.
“우리 영화는 따지고 보면 산을 빙자한 사람 이야기에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에 대한 태도라고 봐요. 각박하고 힘든 삶 속, 자기만 잘났다고 하는 게 아니라 사람에 대한 기대와 이해를 하는 거예요.”

영화 '히말라야'에서 산악인 엄홍길 대장역을 열연한 배우 황정민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영화 ‘히말라야’는 히말라야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 박무택(정우 분)의 시신을 찾기 위해 기록도, 명예도, 보상도 없는 목숨 건 여정을 떠나는 엄홍길(황정민 분) 대장과 휴먼 원정대의 가슴 뜨거운 도전을 그린 작품이다. 극 중 황정민은 엄홍길 대장 역을 맡아 열연했다.
“(‘히말라야’ 팀은) 친구들 같았어요. 스태프들도 모두 아는 사이였던 데다가 배우들은 서울예대 동문이거든요. (김)원해 형부터, 정우, (정)유미까지. 촬영이 정말 힘들었다가도 다 같이 모이면 정말 원정대 꾸려서 등반하듯 힘든 걸 나누곤 했어요.”
영화 ‘댄싱퀸’으로 호흡을 맞췄던 제작진들이 다시 한 번 뭉쳤다는 소식에 “이번에도 키득키득 웃고 즐기며 촬영할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출연을 결심했다. 하지만 웃고 즐길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루가 다르게 촬영에 대한 무게감으로 바뀌었고 “무사히 마칠 수 있게만 해달라”는 기도로 변했다. 배우들은 고산병으로 앓아누웠고 추위와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렇게 고생할 줄 몰랐다. 몰랐으니 찍었다”는 황정민의 말이 마냥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을 정도로, ‘히말라야’는 곳곳에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고생이 묻어난다.
“강원도 영월에 있는 한 채석장에서 촬영했어요. 그런데 20년 만에 온 더위 때문에 몇 달간 만들어놓은 눈이 몽땅 녹은 거예요. 심지어 영월 군수님이 찾아와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미안하다’고 까지 하셨어요. 만들어 놓은 설산이 사라지고 대기 상태도 지내다가 일단은 네팔에 가자며 떠나게 됐죠. 촬영을 이어가면서 프랑스 몽블랑으로 예상에 없던 로케이션까지 갔었고요.”
추위와 고산병, 눈보라와 체력의 한계보다도 배우 황정민을 괴롭게 만들었던 건 “현장에서의 외로움”이었다. 그는 엄홍길 대장과 만나서도 도통 들을 수 없었던 리더로서, 산악인으로서의 속내는 “촬영을 하며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어디도 기댈 수 없다는 외로움이 컸어요. 대장이라는 역할이 묘하게 그런 짐을 지우더라고요. 촬영하면서 (엄홍길 대장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배우로서, 영화의 주연으로서, 팀의 리더로서 어느 순간 비슷하게 생각이 맞아떨어지더라고요.”

영화 '히말라야'에서 산악인 엄홍길 대장역을 열연한 배우 황정민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네팔 히말라야와 프랑스 몽블랑 현지 로케이션을 촬영하며 “모니터를 보는 건 사치”라는 걸 알게 됐다. 영화를 찍으면서도 “뭘 찍는지 모르고 상황만 알고 연기를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다 보니 찍으면서도 늘 “이게 맞을까? 사람들이 좋아할까?”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은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장점이 되었고 “영화가 아닌 실제처럼 느껴지는” 요소기도 했다.
“촬영장에서 저는 정말 대장이었어요. 원해 형이 저보다 한참 형이거든요. 그런데도 원해 형도 저를 두고 ‘대장님’이라 불렀고, 저는 무영이라고 반말하곤 했죠. 평소에도 이런 식으로 대화해나갔어요.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였고요. 팀이 사고 나지 않도록, 무사히 촬영할 수 있도록 노력한 부분이기도 해요.”
그는 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중압감이 있었다”면서 촬영을 마치고 “슬피 울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양수리 세트에서 촬영 끝났을 때였어요. ‘촬영 끝났습니다’라는 말에 모든 짐을 내려놓는 기분이 들었죠, 사실 정말 힘들었거든요. 고산병도 추위도, 마음마저 심란하고 외로웠었으니까요. 그런데 사람들은 황정민이 안 힘든 줄 알았대요. 그냥 표현을 안 한 거거든요. 방에서 끙끙 앓기만 했죠. 그저 ‘끝까지 해내겠다’는 마음으로 버텼던 것 같아요.”

영화 '히말라야'에서 산악인 엄홍길 대장역을 열연한 배우 황정민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사람에 대한 존경과 애정. 영화 ‘히말라야’와 그를 대하는 황정민의 태도는 그야말로 따스하다. “영화를 보고 같이 본 이의 얼굴을 한 번 더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평한 그는 “상대방에 대한 이야기니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관계들과 함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제게 이번 엄홍길 대장의 역할은 공부가 되는 작품이었어요. 대장으로서, 주인공으로서 해야 할 모든 덕목이 필요한 작품이었던 거죠. 이 작품을 통해 그런 부분들을 공부하게 되었고 ‘나도 할 수 있구나’하는 것들을 배우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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