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차이터우(菜頭 야채머리)와 주러우(猪肉 돼지고기), 판돈 1만 대만달러(약 36만원)에 사세요!"
얼핏 들으면 고가 채소와 돼지고기 판촉 행사 문구같은 이 멘트는 사실 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LINE'에 떠도는 '불법 도박' 동참을 유혹하는 문구다. 여기서 차이터우는 대만 정권 교체의 '격변'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민진당의 여성 대선후보 차이잉원(蔡英文)을, 주러우는 이에 맞서는 여당 국민당 대선주자 주리룬(朱立倫)을 가리킨다.
대만 총통선거가 임박하면서 누가 이길지에 베팅하는 불법 도박판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이 12일 보도했다.
지하세계에서 이뤄지는 불법 거래로 정확한 참여인원과 베팅 액수는 알 수 없지만 과거와 마찬가지로 수십 억에서 백 억 대만달러(약 3617억원) 이상의 돈이 몰리고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선거와 함께 시작되는 '불법 베팅' 역사만도 수 십년으로 이미 상당히 전문화된 체계도 갖춘 상태다. 일반적으로 1회 베팅액은 1만 대만달러, 회당 중개업자가 3~5%의 수수료를 가져간다. 베팅 플랫폼을 제공하거나 베팅으로 거액을 벌어들이는 일명 '베팅계의 큰 손'도 유명세를 탄다. 이들 대부분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이 있는 투자, 경제 전문가로 알려져있다.
불법 도박판의 뜨거운 열기는 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 정책 등에 큰 관심이 없는 대중이 늘고 있어 '돈'을 건 후보에 표를 던질 가능성이 점차 커지는 때문이다.
2004년 총통선거 당시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었던 천수이볜(陣水扁) 전 총통이 국민당 후보 롄쑹페이(連宋配)를 누르고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도 '불법 도박판'의 변화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천 후보는 당시 직접 대만 남부에 거주하고 있는 베팅계의 '국민 스승'으로 불리던 왕전컹(王振鏗)을 찾아가 도움의 손길을 청했다. 다음날 왕 선생 등을 포함한 베팅 도박판의 '거물'이 모여 천 후보에게 유리한 새로운 베팅비율, 규칙 등을 내놓으면서 판세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1998년 타이베이 시장 선거 당시에도 불법 도박판 열기는 뜨거웠다. 타이베이 시장 선거는 대만 총통으로 가는 '관문'으로 대중의 관심도가 높다. 당시 격돌했던 후보는 천 전 총통과 마잉주(馬英九) 현 총통이었다. 당시 10억 대만 달러가 도박판에 몰렸고 막판 천 후보가 유력하다는 여론이 힘을 얻으면서 많은 사람이 천 후보의 승리에 돈을 걸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은 마 후보에게 돌아갔다. 천 후보에 베팅했다 수 천만 대만 달러를 잃은 도박 폐인들은 극도의 좌절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16일 총통선거를 앞두고 차이잉원, 주리룬 두 후보는 막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5일 마지막으로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 차이 후보 지지율은 40~51%로 주 후보를 20%포인트 격차로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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