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충성 경쟁에 밀리던 병두는 겨우 '나는 네 편'이라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권력욕에 취해 기꺼이 손에 피를 묻힌다. 그러나 승승장구의 말로는 결국 믿었던 사람들에 의한 '배신'이다. 딱 10년 전에 나온 유하 감독의 영화 '비열한 거리'의 줄거리다.
20대 총선이 약 7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공천을 받으려는 예비후보들 간 경쟁이 뜨겁다. 유독 귀에 들리는 단어는 '진박(진실한 친박)'이다. 홍보물과 명함에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이 들어간 것은 예사다. 박 대통령과의 친분이 없으면 아예 선거에 명함도 못 내미는 양상이다. 심지어 대구지역 예비후보 6명은 함께 모여 식사를 한 사진을 공개하며 '진박'을 인증했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윗선의 비위를 맞추기에 혈안이 됐던 병두와 영화 속 인물들이 이들의 사진 위로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일부는 청와대와 정부에서 일하다 '물갈이'를 운운하며 대구 출마를 선언했다. 이들에게 밀려 한 후보는 지역구를 옮기는 웃지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인증샷을 찍은 이들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앞으로도 자주 회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역구 발전을 위해 뛰겠다는 이들의 선언이 박 대통령을 향한 충성맹세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면, 과도한 해석일까.
영화는 수족들의 충성을 뒤에서 조종했던 권력자의 노래로 끝이 난다. 내 곁의 사람들이 진실한 친구였는지를 묻는 가사다. 친박이니 진박이니 하며 계파이익을 주장하는 이들이 과연 국민의 편에 서는 사람인지, 이번 총선에서 판가름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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