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대화 내용을 도청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폭로전문 웹 사이트 위키리크스는 23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보도자료와 NSA 문서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NSA는 지난 2008년 포즈난 유엔기후변화총회 개최 직전 반 총장과 메르켈 총리가 기후변화 협상에 관해 나눈 대화를 도청했다.
이 자리에서 반 총장은 "유럽연합(EU)이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계속 리더 역할을 유지할 것임을 재확인하는 데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12월 중순 EU 정상회의가 포즈난 총회는 물론 2009년 코펜하겐 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NSA는 "새로운 미국 행정부가 기후변화 이슈에 매우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EU와 전 세계가 2009년 기후대화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에 적절한 조건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반 총장이 강조했다"고 기록했다.
위키리크스가 반 총장에 대한 미국 정부의 도청 의혹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0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반 총장의 DNA를 수집하라는 '비밀 명령'을 내렸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줄리언 어산지 위키리크스 설립자는 "유엔 사무총장이 미국 정부의 도청 표적이 됐다면 세계 정상부터 거리의 청소부까지 모두가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위키리크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의 대화, EU와 일본 무역장관들의 논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의 사적 회동 등 NSA의 도청 의혹을 제기했다.
EU와 일본 각료들이 2006년 12월 도하라운드 협상에 앞서 미국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내용도 NSA 문서에 담겼다. EU 측은 일본의 뒤통수를 치고 미국과 비밀리에 양자 협상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본 측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이날 공개된 자료 중 일부는 최고 등급의 대외비 자료로 분류돼 있다고 위키리크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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