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인간을 넘어서나…이세돌 ‘충격패’ 알파고의 ‘반전무인’에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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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0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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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첫 대국이 9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렸다.[사진=구글코리아 제공]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강한 상대나 뜻밖의 상대 혹은 징크스가 있는 상대를 만나도 인간처럼 주눅 들거나 과잉 투지를 보이다 자멸하지 않는다”

바둑 프로기사 이세돌 9단이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대다수의 전문가가 이 9단의 승리를 점쳤기 때문에 그 여파는 더욱 크다.

이 9단은 9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첫 대국에서 패배를 당했다.

대국에 앞서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이 9단의 압승을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알파고의 선전이 만만치 않았다. 알파고는 대국 초반 이세돌의 흔들기에도 정수대로 두며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알파고는 지난해 10월보다 한 층 더 업그레이드 된 모습이었다. 대국 중반 이세돌이 좌중앙에 큰 흑집을 지어 다소나마 유리한 형세를 만들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상대가 누구든 흔들리지 않는 ‘반전무인’(盤前無人)의 자세가 돋보인 순간이었다.

이 9단의 공세를 잘 막아낸 알파고는 102수로 우변 흑집에 침투해 이세돌을 당황하게 만들었고, 우상변쪽 흑 3점을 잡아내면서 대국의 흐름을 자신 쪽으로 가져왔다.

이날 대국의 한국어 해설을 맡은 김성룡 역시 알파고의 냉정함에 놀란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해설하는 동안 느꼈던 점은 오늘 대국이 프로들이 느끼는 것과 다른 스타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프로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을 때 그 흐름을 타서 다음 수를 이어 간다”면서 “알파고는 자기가 실수했음에도 냉정함을 유지했다는 점이 특이했다. 한순간에 알파고가 망한 장면이 있었는데 바둑의 형세는 만만치 않았다. 전혀 인간같이 두지 않는다”고 혀를 내둘렀다.

대국 후 이 9단은 “매우 놀랐다. 진다고 생각을 안 했다. 오늘 바둑적으로 얘기하자면 초반의 실패가 끝까지 이어진 것 같다”며 “이렇게 완벽하게 막을 줄 몰랐다. 이런 프로그램을 만든 프로그래머들께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반을 풀어내는 능력이 놀라웠다. 초반에 아무래도 알파고가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이세돌에게 큰 존경심을 표한다. 전투적인 스타일로 유명한 분답게 긴장감이 넘치는 경기였다. 알파고의 결과에 기쁘게 생각한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영어 중계 해설가로 나선 크리스 갈록은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모든 순간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순간이었다. 처음부터 대전의 수준이 뛰어났다”며 “바둑을 두는 스타일이나 우아함 등이 바둑이라는 경기가 갖고 있는 핵심적인 미라고 생각한다. 완벽한 게임이었다”고 말했다.

알파고는 대국 중간 아마추어조차 하지 않는 실수를 저지르며 승리를 내주는 듯 했으나 냉철한 판단력으로 꾸준함을 유지했다. 남은 대국에서도 ‘반전무인’의 자세로 어떤 반전을 쓸지 알파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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