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녹십자가 창업주 3세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이 회사를 단독으로 총괄하게 된 허은철 사장은 연구·개발(R&D) 경력과 해외 경험을 두루 갖추고 있어 녹십자의 성장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녹십자에 따르면 지난 11일 열린 이 회사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순태 부회장이 임기 만료로 사임하고, 허은철(44) 사장이 단독 대표이사로 결정됐다.
허은철 사장은 1972년 2월생으로 녹십자 창업주인 고(故) 허채경 회장의 손자이자 고 허영섭 회장의 차남이다.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생물화학공학 석사학위를, 미국 코넬대학교 식품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허 사장은 1998년 회사 경영기획실에 입사,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전공을 살려 R&D 부문을 중심으로 경력을 쌓고 2013년 기획조정실장 자리에 오르면서 영업·생산 등 현장을 챙기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사장으로 승진해 조 부회장과 함께 회사를 이끌어왔다.
허 사장은 취임 후 4가 독감백신 허가와 잇따른 국제 입찰 성공으로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녹십자는 작년 11월 네 가지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 프리필드시린지주'의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또 같은 달에는 면역글로불린인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을 마쳤다. 혈액분획제제인 면역글로불린은 인체 혈청성분 중에서 항체작용을 하는 단백질을 말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혈액분획제제 시장이다.
앞서 1월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의 수두백신 입찰에 참여해 7500만 달러(896억원) 상당의 입찰 물량 전량을 수주했다. 이달 초에는 범미보건기구의 올해 남반구 의약품 입찰에서 3200만 달러(387억원) 상당의 독감백신을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는 녹십자가 2010년 독감백신 수출을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매출 1조 클럽' 가입에도 성공했다. 녹십자는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전년보다 7.4% 신장한 1조47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허은철 사장은 11일 주총에서 "지난 한 해 꾸준히 추진해오던 일들이 의미 있는 결실을 맺어 새로운 도약의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며 "최종 관문을 눈앞에 둔 북미 시장 진입을 위해 녹십자 임직원 모두 총력을 집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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