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모 가혹행위로 네 살 아동 숨진 사실 또 드러나

청주 아동학대 사건 경찰 수사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숨진 4살배기 딸을 암매장한 30대 의붓 아버지가 5년 만에 잡혔다.

취학 대상인데도 입학하지 않은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자 친모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딸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사체유기)로 계부 안모(38)씨를 19일 긴급체포했다.

안씨는 2011년 12월경 당시 4살 난 딸이 숨지자 아내 한모(36)씨와 함께 충북 진천의 한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취학할 나이가 됐는데도 미취학한 아동이 있다는 학교 측 연락을 받은 동주민센터 직원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학교 측이 딸이 어디 있는지 묻자 안씨가 "외가에 있다"고 답했으나 주민센터는 외가에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주민센터 직원은 다시 딸의 소재를 묻자 "평택의 고아원에 딸을 놓고 왔다"고 말을 바꾼 안씨를 수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아내 한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직후인 지난 18일 오후 9시 50분경 숨진 채 발견됐다.

한씨는 "가족에게 미안하다. 나 때문에 우리 아이가 죽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써놓고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씨는 사망 당일 경찰에 출석해 올해 9살이 된 딸이 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이유를 조사받다 5살짜리 막내딸이 아파 병원에 가야 한다며 귀가했다.

경찰은 한씨의 유서 내용을 토대로 남편 안씨를 집중 추궁해 "5년 전 딸이 숨져 시신을 땅에 묻었다"는 자백을 받았다.

미혼모였던 한씨는 2009년 9월까지 첫재딸을 일반 가정에 위탁한 데 이어 2011년 4월까지 아동생활시설에 맡겼다가 그해 5월 안씨와 결혼하면서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첫재딸은 헤어졌던 엄마와 함께 살게 된 지 불과 7개월 만에 변을 당했다.

한씨는 남편 안씨와 사이에 낳은 5살짜리 딸이 더 있다.

계부 안모(38)씨는 경찰에 친모인 아내가 욕조에서 딸에게 가혹행위를 해 숨지게 했으며 사망한 딸을 3일동안 아파트 베란다에 방치하다 암매장했다고 진술했다.

안씨는 경찰에서 "애 엄마가 소변을 못 가린다며 딸을 물을 받아놓은 욕조에 3∼4차례 집어넣었더니 의식을 잃고 숨졌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친모인 한 씨의 유서에도 "죽일 의도는 없었는데 미안하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안씨는 숨진 딸의 시신을 청주 청원구의 자택 베란다에 3일 동안 방치했다가 충북 진천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안씨는 딸이 사망한 것을 신고하지 않은 데 대해 "만삭이었던 아내가 경찰에 신고하지 말아 달라고 매달려 그랬다"며 "보육원에 맡겨 놓았고, 아내도 말하지 않아 결혼 전에는 숨진 딸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가 결혼한 뒤 데려와 기르게 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안씨의 진술에 따라 이 사건을 단순 아동 학대가 아닌 살인 사건으로 수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안씨에게 아동 학대와 관련해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안씨가 불리한 진술은 모두 피하고 책임을 전적으로 부인에게 떠넘기는 진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씨는 사건이 발생한 2011년 12월 중순 오전 8시 출근했다가 오후 9시 퇴근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은 딸 사망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첫재딸의 친모는 2014년 입학시키겠다고 거짓말을 해 A초등학교의 학적에 딸의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측은 안양이 입학을 하고도 장기 결석을 하자 정원 외 관리 대상으로 분류했으나 충북교육청에는 이런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충북도교육청은 장기 결석, 미취학 학생에 대한 재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인천에서 맨발로 탈출한 11세 소녀의 사건을 계기로 장기결석·미취학 아동 전수조사가 시작된 이후 아동학대 사건이 드러난 것은 올들어 벌써 다섯번째다.

교육부는 이번 미취학아동전수 조사로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19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