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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이슬기자 90606a@]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1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국이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정부의 소비진작책 및 부동산 경기 호조 등으로 1%대로 높아졌다. 하지만 정책 효과가 떨어지면서 다시 0%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2013년 2분기부터 약 1년간 0.9~1.1%대 성장률을 기록해왔다. 그러나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줄곧 0%대 성장률을 지속했다. 지난해 3분기 들어 정부의 소비진작책 등의 효과로 1%대로 복귀했으나 불안한 대내외 경제 여건으로 또 다시 0%대에 진입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1분기 GDP 성장률 저하 요인으로 수출과 민간소비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점을 꼽았다.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의 경우 지난해 정부의 소비진작책 효과가 떨어지면서 –0.3%를 기록, 지난해 4분기 1.4%에서 급락했다. 이는 세월호 침몰 사태로 민간소비가 급격히 얼어붙은 2014년 2분기 –0.3% 이후 7분기 만에 최저치다.
수출의 경우 지난해 4분기 2.1% 증가했으나 올 1분기 1.7% 감소해 마이너스(-)로 전환돼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을 받은 2008년 4분기 –4.3% 이후 7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2~3월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1월 부진을 완전히 만회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한 지난해 3~4분기에 비해 올 1분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점은 우려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기재부와 한은 모두 일부 지표 등을 바탕으로 2분기부터 내수 중심의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1분기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정부의 성장률 목표치인 3.1%뿐만 아니라 2%대 후반조차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저성장 기조가 글로벌 경기 위축과 잠재성장률 저하 등 구조적 요인에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우선 일부 경제 지표가 개선된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1분기 수출 지표가 여전히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달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2%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지난달 제조업 업황 BSI는 전월 대비 5포인트 상승했으며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한은 역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2.8%로 낮춘 것과 관련해 전망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파악한 1분기 성장률을 반영해 올해 성장치를 전망했다"며 "앞으로 조사국 전망치대로 가면 연간 2.8%를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재부와 한은의 예상처럼 상황이 녹록치 않다. 최근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데다 설비투자 역시 줄어들고 있어 경제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 중후반대로 낮춘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기에 앞서 금융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6%로 낮췄고,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도 각각 2.4%, 2.5%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 역시 각각 2.7%, 2.6%로 예상하고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소비나 투자 회복이 부진한 데다 수출마저 급랭하면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도 3%를 크게 밑돌 전망"이라며 "생산성 둔화와 고령화, 국제 교역구조 변화에 뒤쳐진 수출구조 등에 따라 국내 중장기 성장 잠재력에 대한 하향조정 움직임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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