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제 아무리 뛰어난 지력과 감성을 갖춰도 힘든 시간 없이 그냥 성공하는 사람은 없다. 기업이든 사람이든 성공을 위해서 어둡고 긴 터널을 견딜 수 있는 지구력이 중요하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 부회장은 제주항공을 국내 3대 항공사로 키워낼 수 있었던 원동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2006년 첫 취항을 앞두고 국내 항공·여행업계는 과연 제주항공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저비용항공사(LCC)란 개념이 처음 도입된데다 제주항공보다 한 발 앞서 취항했던 모 항공사가 첫 테이프를 끊는다는 부담감을 견디지 못하고 안전 및 운행 중단 등의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유통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던 애경그룹이 경험이 없는 항공업에 뛰어든다는 것도 성공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채 총괄 부회장은 LCC 사업의 가능성을 확신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오랜 기간에 걸쳐 철저한 준비를 했다.
채 총괄 부회장은 “오래 전부터 유럽과 미국 저가 항공사들의 성공 사례를 눈여겨 봐왔다. 나라가 비좁기는 해도 이런 항공사 하나쯤 생길 것으로 봤고, 생긴다면 제주를 기반으로 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사업의 가치를 어떻게 보고 읽을 수 있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이 가치를 정확히 볼 수 있는 눈과 현실화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애경이 가진 저력”이라며 LCC 사업은 반드시 성공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다.
채 총괄 부회장은 지난 10여 년 간 제주항공을 단순히 가격이 싼 항공사가 아닌, 대형 항공사와는 차별화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또 다른 항공사’로 키워냈다. 가격경쟁력을 통해 새로운 항공여객 수요를 창출했지만 그렇다고 ‘치킨게임’과 같은 식의 가격 내리기는 철저히 배제했다. 그는 “제주항공은 대형 항공사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차원에서 사업을 창조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제주항공은 올해로 김포~제주노선 취항 10년을 맞았다. 김포∼제주 노선의 연간 수송객은 첫해 18만7000명에서 이듬해 63만8000명으로 늘었다가 2010년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2014년에는 200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46만3000명을 기록했다. 첫 취항 이후 연평균 약 33%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올해는 5월 말까지 103만3000명이 탑승해 지난해 같은 기간(98만2000명) 보다 약 5.2% 늘었다. 제주항공이 LCC 업계를 넘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한반도 전역을 휩쓸며 국가경제가 마비 직전에까지 가는 위기를 겪었다. 그해 6월, 채 부회장은 임원 회의에서 “메르스 때문에 제주항공뿐만 아니라 항공업계 전체가 큰 위기를 겪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바꾸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차별화된 서비스와 마케팅, 공격적 경영으로 국내 후발 LCC들과의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며 "국내 항공업계 ‘빅3’로 도약하는 동시에 동북아시아 대표 LCC로 자리매김하자”고 독려했다.
그는 현재 제주항공을 여행사, 호텔, 렌터카 등 다양한 여행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해 고객들에게 종합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트워크 컴퍼니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을 현실화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