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임태순 LIG증권 대표 "다른 증권사 인수ㆍ상장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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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0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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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순 LIG투자증권 대표]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다른 증권사를 인수하거나,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생각입니다."

임태순 LIG투자증권 대표는 1일 아주경제와 만나 이처럼 경영 구상을 밝혔다. LIG투자증권 인수를 진두지휘했던 그는 6월에 이 회사 대표로 신규 선임됐다.

임태순 대표는 강점을 가져온 온 투자은행(IB) 부문을 더욱 강화하고,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를 육성해 IB 특화 증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증권맨보다는 사모펀드 귀재로 불리는 임태순 대표는 LIG투자증권에 대한 목표를 과도하게 설정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는 "목표가 과하면 부작용이 생긴다"며 "브로커리지 손실 규모를 줄여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다른 부문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M&A와 IPO 동시 검토

LIG투자증권은 덩치가 작지만 전문성을 지닌 증권사를 인수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 현재 LIG투자증권이 보유한 자기자본은 2000억원 수준이다. 인수 대상은 이보다 규모가 작거나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임태순 대표는 "이상적인 자기자본 크기는 3000억~5000억원으로 생각한다"며 "덩치가 크면 순이익이 늘지만, 이익률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LIG투자증권을 인수하기 전 아이엠투자증권 인수전에도 참가한 이력이 있다. LIG투자증권은 적당한 매물만 있다면 인수·합병(M&A)에 나서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과감히 포기하고 IPO에 나설 계획이다.

임태순 대표는 "상장 여건이 갖춰지는대로 바로 추진할 예정"이라며 "시기는 내년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를 인수하면 상장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어 두 가지 트랙을 다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LIG투자증권은 부동산 부문에만 치우친 증권업계 IB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임태순 대표는 "대부분 증권사가 IB 분야 가운데 부동산 금융에만 치우쳐 있다"며 "돈을 잘 번다고 해서 이 모델을 그대로 따라간다면 시장 상황이 변할 때 먹고 살 게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 금융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미래를 대비해 전통적인 IB 부문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임태순 대표는 "이미 사모펀드를 시작했고, 헤지펀드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라며 "중소형 증권사가 해야 할 일은 특화전략으로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LIG투자증권을 맡자마자 사모투자(PE)사업본부와 상품운용본부를 새로 만들었다. PE사업본부는 미래에셋증권 출신인 김병욱 본부장이 맡았다. 상품운용본부 본부장으로는 이민영 전 메리츠종금증권 파생딜러본부장이 합류했다.

◆M&A 원칙은 '잘 아는 곳, 낮은 값'

임태순 대표는 사모투자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M&A 전문가다. 그는 1998년 미래와사람에 채용되자마자 KTB투자증권 인수를 성공적으로 성사시켰다. KTB투자증권에 있을 무렵 현대전자로부터 팬택엔큐리텔(당시 현대큐리텔)을 인수하는 데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2015년 케이프인베스트먼트로 옮긴 후 LIG투자증권 인수를 성공시켰다. 앞서 아이엠투자증권 인수전에서도 메리츠종금증권에 밀리기는 했지만, 7억원 차이로 최고가를 써낸 바 있다.

임태순 대표는 "LIG투자증권은 당시 지점이 없어 비용적인 면에서 유리했고, IB와 자기자본투자(PI)를 강화하기에 적합한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증권업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많아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된 점도 인수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임태순 대표에게는 M&A 원칙이 있다. 잘 아는 회사만 투자한다는 것이다. 임태순 대표는 "잘 모르는 회사는 관심을 주지 않는다"며 "미래를 생각한다면 2년 이상 주시하면서 내부정보를 모두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모펀드는 단기 투자가 많은데, 진정한 성과를 내려면 장기 전략을 가지고 다가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싼 값에 인수하는 것도 중요하다. 임태순 대표는 "좋은 회사라도 비싼 가격에 사면 의미가 없다"며 "적정가치보다 얼마나 싸게 사느냐가 이익을 내는 가장 큰 원천"이라고 전했다.

그는 "LIG투자증권도 시장이 낮게 평가하는 바람에 괜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었다"며 "대개 인수 성사 여부로 성패를 평가하지만, 얼마나 좋은 조건에 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인수 여부로만 평가를 받다보니 M&A에 성공한 승자가 되레 저주에 빠지기 쉽다는 얘기다.

임태순 대표는 "M&A에서는 정직한 자문이 중요하다"며 "거래 성사보다는 클라이언트가 가장 이상적인 의사결정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LIG투자증권이 이런 인식을 심어주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중소형사가 대형사를 이길 방법은 이것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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