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집에서 내놓은 자식 같다."
최근 만난 '토종헬기' 수리온 개발 관계자의 푸념이다. 무려 1조3000억원이 투입된 국책사업으로 탄생한 수리온이 국내시장에서 홀대받고 있어서다. 국가기관도 일부는 여전히 외산헬기를 선호하고 있다.
헬리콥터는 산악지형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군에서 뿐 아니라 산불진화, 응급구조까지 널리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6대 헬기 보유국이지만 불과 4년 전만해도 모두 외국산에 의존했다. 그러나 73개월의 산통을 겪고 2012년 태어난 ‘수리온’은 우리나라를 세계 11번째 헬기 개발국 반열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119특수구조단은 다목적헬기 구매사업 입찰 과정에서 수리온을 원천 배제했다. 국내 조달이 가능할 경우 내자조달 추진이 우선인 정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외자조달로 경쟁에 참여할 기회조차 박탈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내 항공산업 수준을 7위까지 끌어올리자며 ‘세일즈 외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부기관은 국산헬기를 홀대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지난 5년간 서울소방의 임무수행을 분석한 결과, 인명구조와 구급·이송임무가 핵심으로 항속거리 650㎞와 3.8시간 비행, 14인승인 수리온은 임무 수행에 전혀 무리가 없다. 서울소방은 특별감항증명 조건만으로 헬기를 도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전국 9개 소방항공대에서 5개 기종, 12대 헬기가 특별감항증명을 받아 안전하게 운행 중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제주소방은 특별감항증명을 인정해 수리온을 선택했다.
외산헬기 구매가 당장은 저렴해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비용부담이 큰 점도 유념해야 한다. 향후 예상되는 부품 값과 수리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고용창출도 중요하다. 수리온은 개발단계에서 고용창출만 5만여명에 달했다. 서울시의 ‘청년수당’ 등 훨씬 장기적으로 고용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거시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수리온이 ‘국내상륙작전’에 성공해 해외 각지에 수출되는 ‘완생‘으로 거듭나려면 국내 126개 기관이 1조3000억원을 들여 만든 국산헬기에 대한 애정이 요구된다. 집 안에서 사랑받는 아이가 집 밖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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