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이른바 '이메일 스캔들'로 몸살을 앓았던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새로운 안보 문제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앞지르고 있던 지지율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사설 이메일 서버를 통해 주고 받은 이메일 1만 5000여 건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는 과거 개인용 이메일로 비밀정보를 포함한 공문서를 주고 받아 물의를 일으킨 이른바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해 클린턴 캠프 측에서 국무부에 제출한 메일양의 절반에 이른다.
앞서 미 법무부와 FBI가 장기 수사 끝에 지난달 초 불기초 처분을 내렸지만 새로운 이메일이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대선 레이스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잇따라 새로 발견된 이메일에서는 클린턴 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클린턴 재단'과도 연관된 내용이 상당수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들 메일에는 △ 클린턴 재단이 기부자들을 위해 국무부와 비공식적 비밀 접선 시도한 정황 △ 고액 기부자인 바레인 왕세자와 클린턴의 면담 추진 △ 기부자 요청에 따른 영국 축구 관계자 비자 발급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불거지자 클린턴의 남편이자 재단의 주요 관계자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22일 성명을 통해 "힐러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이사회에서 사임하는 것은 물론 더 이상 재단에 자금을 조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메일 스캔들과 맞물려 클린턴 재단의 활동으로 인해 생겨날 수 있는 잠재적 충돌을 예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때 일단락되는 듯 했던 이메일 스캔들이 다시 불거지면서 클린턴의 도덕성에 흠집이 생기면서 향후 지지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블룸버그가 추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58%가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해 클린턴을 지지할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53%는 클린턴 재단의 자금 조달에도 문제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논란이 일자 미국 공화당 측에서는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날 즉각 성명을 내고 "클린턴 일가는 수십년간 미국인이 아닌 기부자들을 돌봐왔고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는 데 급급했다"며 "역사상 가장 부패한 기업인 클린턴 재단은 당장 문을 닫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색 인종 차별적 발언과 함께 강경한 이민 정책으로 인해 지지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트럼프와 공화당은 당분간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을 방어 전략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별도로 미국연방지방법원 측은 국무부에 FBI가 새로 발견한 1만 4900건의 이메일에 대해 오는 9월 22일까지 검토를 완료하라고 요구했다. 미 사법당국은 새로운 이메일을 검토한 뒤 정보공개법을 근거로 이메일 공개 소송을 낸 보수시민단체에 이 내용을 넘겨줄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잠잠했던 이메일 스캔들이 클린턴 재단과 맞물려 대선 레이스의 새로운 라운드를 열게 됐다"며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클린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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