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일본 샤프전자가 또 다른 디스플레이 업체 재팬디스플레이(JDI)와 손잡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을 밝혔다. 이른바 '범일본 동맹'을 통해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국 기업과 대항전을 펼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0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다이정우 샤프 신임 사장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기업 연합체를 통해 OLED 시장에서 한국이나 중국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협상 시기와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샤프는 앞서 지난 6월에 2018년 이전까지 OLED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었다. 모기업인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으로부터 출자 받게 될 예상 투자 규모만 2000억 엔(약 2조 1895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삼성과 LG 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들이 적극으로 투자에 나서면서 제조 설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샤프가 OLED에 대해 욕심을 내는 이유는 앞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OLED 스마트폰 패널 출하량이 2020년을 기점으로 기존 액정 디스플레이(LCD)를 추월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IT 공룡 애플도 이미 지난해 11월, 오는 2018년부터 아이폰 차기 모델에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차세대 애플 아이폰에 탑재될 OLED 관련 협력 기업으로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LG 디스플레이가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부터 자사의 스마트폰인 갤럭시 라인에 최초로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폭스콘은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아이폰 물량의 70%를 제작한다. 샤프가 파트너로 지목한 재팬디스플레이의 경우 스마트폰용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매출이 대부분이다. 전체 매출의 30%를 애플에 의존하고 있다. OLED 탑재 비중이 높아지면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부터 OLED 개발 투자붐이 일었다. 소니, 파이어니어그룹 등 대기업들이 개발 열풍을 주도했지만 높은 단가와 결함 발생 등의 한계로 실패를 거듭했다. 반면 삼성전자, LG 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은 꾸준히 개발을 이어와 현재 업계 상위권에 포진돼 있다.
OLED는 절전형인데다 지난 1990년대부터 탑재돼온 기존 LCD에 비해 밝고 선명한 이미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기술적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기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만큼 틈새 시장 진출이 용이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전자업체가 동맹 관계를 통해 시장을 재패하려는 구상을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파나소닉과 소니는 8K TV 기술을 공동 개발할 것으로 전해졌다. 8K TV는 HD 16배, 4K(UHD)보다 4배 선명한 해상도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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