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토마’는 운다…콜업 없는 이병규, 대답 없는 양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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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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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1군 무대에서 종적을 감춘 LG 트윈스 베테랑 외야수 이병규(9번).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LG 트윈스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 이병규(42·9번)가 쓸쓸한 가을을 맞이했다. 9월 확대 엔트리에도 이병규의 이름은 없었다. ‘적토마’는 1군이 아닌 2군에서 아무 의미 없이 힘차게 달리고 있다.

LG는 9월 확대 엔트리(27명→32명)로 5명의 선수를 1군에 올렸다. 투수 1명, 야수 4명이 포함됐다. 하지만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베테랑 외야수 이병규의 이름은 역시 없었다.

양상문 LG 감독은 “팀에 필요한 선수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양 감독이 필요한 선수는 외야수 이형종을 비롯해 내야수 강승호, 윤진호, 포수 박재욱, 투수 이창호였다. 이 가운데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받는 선수는 이형종 정도다.

LG는 9월 치열한 가을야구 경쟁을 벌이고 있다. 페넌트레이스 와일드카드 5위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안심할 수 없는 4~6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확대 엔트리 결정의 실효성에는 의구심이 생긴다.

이병규는 퓨처스리그(2군)에서 올 시즌 내내 4할 타자의 위엄을 뽐내고 있다. 9월3일까지 47경기에 나서 타율 0.401(147타수 59안타), 3홈런 29타점 24득점 17볼넷을 기록했다. 장타율(0.544)과 출루율(0.455)을 더한 OPS도 0.999에 달한다. 삼진도 15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병규는 올해 단 한 번도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병규를 왜 1군에 올리지 않는지 기록만 놓고 보면 이해하기 힘들다. 특히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 경험이 풍부한 선수인 데다 LG의 상징적인 선수, 또 은퇴를 앞둔 선수라는 모든 점을 고려해도 납득하기 쉽지 않다.

양상문 감독과 LG 구단이 밝히는 이유는 한 가지다. 올 시즌 리빌딩 선언과 함께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준다는 것. 하지만 세대교체라는 명분은 허울에 불과하다. 젊은 선수들 뿐 아니라 승리를 위해 즉시 전력이 되는 베테랑 선수들을 끊임없이 기용하고 있다. 30대 중반을 넘긴 박용택, 정성훈, 봉중근, 정현욱 등이 대표적이다. 오직 이병규만 ‘안 된다’라는 식이다.

사실 LG 더그아웃에서 취재진들 사이엔 불문율처럼 ‘이병규 질문 금지’라는 분위기가 깔린 지 오래다. 양 감독이 이병규와 관련된 질문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양 감독의 태도는 분명하다. 이병규는 아니다. 그리곤 “자세히 말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얘기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만 에둘러 표현할 뿐이다.

LG 팬들의 비난도 거세다. 이병규를 1군에 부르지 않는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병규와 LG 구단, 또 양상문 감독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양 감독과 LG 구단은 모두 침묵으로 답이 없다.

이병규는 올 시즌 종료 후 LG와 3년 계약이 만료된다. 그의 나이 마흔셋이다. 은퇴가 유력하다. 1997년 LG 유니폼을 입은 뒤 ‘적토마’로 20년을 달려온 그의 헌신은 콜업을 기대할 수 없는 ‘대답 없는 외침’ 속에 헌신짝처럼 버려지고 있다. 이미 아름다운 이별은 멀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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