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앞두고 골프·호텔·리조트업계 ‘정중동’(靜中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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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0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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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접대골프 사라지면서 고가 골프회원권값 폭락·골프용품 판매 위축 전망…직원·캐디 이직 움직임 아직은 ‘미미’…그늘집 없애거나 무인화하는 곳 눈에 띄어…호텔·리조트도 ‘직접 영향권’…매출 감소 따른 인력 이탈 예의주시

'김영란법'이 발효되면 고가 회원제골프장과 리조트, 호텔 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진=오크밸리 홈페이지]




‘정중동’(靜中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발효를 20여일 앞둔 5일 현재 국내 골프장·호텔·리조트업계에서 감지할 수 있는 분위기다.

법에서는 식사(다과·주류 등)는 3만원, 선물(금전 및 음식물을 제외한 일체의 물품) 5만원, 경조사비용(축의금·조의금·화환·조화 등)은 10만원을 허용 한도로 정했다.

세 곳 모두 이용하는데 고가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김영란법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 법 시행령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데다, 여러가지 ‘경우의 수’에 따른 적용 여부도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아 혼란한 상태다.

◆골프장-접대골프 줄어 고가 회원제골프장 타격 불가피

김영란법은 무엇보다 소수 회원으로 운영하는 고급 회원제골프장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부킹(예약)이 쉬운 고가 골프회원권은 대부분 접대골프 용도로 구매한다. 그러나 접대골프가 불가능하게 되면, 회원권 이용가치가 떨어지므로 가격도 폭락하게 된다.

전국 120개 골프회원권의 평균 가격은 2008년 4월 3억1705만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하락세를 지속, 올해 6월에는 1억1074만원으로 정점 대비 65.1% 폭락했다. 현재 거래되는 골프장 회원권 중 최고가는 가평베네스트GC와 남부CC로 6억6000만원선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고가 회원권을 중심으로 골프회원권값은 20∼30% 추가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에 따르면 회원제골프장의 주말 내장객 가운데 10∼15%가 접대골프로 온 사람들이다. 고가 회원제골프장의 법인카드 결제 비율은 20∼30%로 알려졌다. 법인회원권 이용객은 50%가 접대골프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환산하면 접대골프 인구는 400만명에 육박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무기명 회원권도 법망을 피해가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예컨대 5억원짜리 무기명 회원권이 있고, 이를 보유한 일행의 주말 그린피는 5만원이라고 하자. 그런데 접대골프가 당국에 적발될 경우 무기명 회원 그린피 5만원을 적용하는게 아니라, 비회원 그린피(고급 골프장 주말 평균 26만원)를 적용한다. 여기에 캐디피(3만원), 카트비(2만원), 식대 및 선물비 등을 포함할 경우 접대골프에 드는 돈은 40만원 수준에 달해 김영란법에 저촉된다.

골프장들은 법 시행 이후 인력관리 문제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슬리나인브릿지·이스트밸리·레이크사이드·대구CC 등의 관계자는 “2∼3개월전부터 직원 동향 등을 관찰하고 있으나 아직 우려할만한 사태는 없다. 골프장에서 먼저 감원을 계획한 것도 없지만, 직원이나 캐디들도 이직하는 사례가 눈에 띄지 않는다. 28일이 지나봐야 대체적인 흐름이 드러날 것이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스트밸리CC 관계자는 “27홀인 우리 골프장의 직원은 52명, 캐디는 70명이다”며 “고위층일수록 비용 분담(n분의 1)으로 라운드하는 행태가 자리잡아서 그런지 법이 시행돼도 이 수준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고 설명한다.

다만, 골프장들은 수익성 악화에 대비한 자구책은 마련해놓고 있다. 소수정예의 인력만으로 운영하고, 코스관리나 식당운영·프로숍 등 부문은 아웃소싱이나 분사화하면서 경영합리화에 나서고 있다. 한 곳을 운영하는데 평균 1.5명의 인원이 필요한 그늘집을 아예 폐쇄하거나 골드·레이크우드CC처럼 ‘무인화’하는 골프장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일본골프장들은 정규직 인원을 호황기였던 1992년 골프장당 85명에서 2002년 41명으로 대폭 감축하면서 불황기를 헤쳐나가기도 했다.

이 법은 골프용품업계에도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골프접대용으로 구입하는 클럽이나 볼 등의 매출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골프볼 매출액이 30% 급감했다는 조사도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이 법이 골프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골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된 요인 중 하나가 비싼 골프장에서 공짜로 접대받으면서 부정한 거래를 한다고 생각한데 따른 것이었다. 골프접대가 금지되고, 자기 돈 내고 골프를 하며, 회원권 가격이 적정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 이같은 시각은 개선될 듯하다. 또 접대 수요가 차지했던 자리를 개인 수요가 메우면서 골프장산업이 정상화되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된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접대골프가 사라지면서 고가 회원권이 폭락하겠지만, 사치성 스포츠로 인식되고 있는 골프가 대중스포츠로 자리매김하는데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호텔·리조트업계…기업 세미나·미디어 간담회 등 축소 불보듯…감원·구조조정은 시간 지나야 윤곽 드러날 듯

김영란법은 호텔·리조트업계에도 큰 변화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국내 특급호텔 일식당·중식당의 경우 법인카드 결제 비중이 5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찬은 물론 점심·저녁시간대 비즈니스 미팅이 주를 이루는만큼 법이 시행되면 매출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S호텔 관계자는 “호텔의 주요 고객층이 김영란법 대상자가 아니긴 하지만 접대 형식의 비즈니스 미팅이 많아 법이 시행되면 매출 감소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호텔내 볼룸에서 진행됐던 기업 세미나, 지자체 행사, 미디어 간담회 등이 제약을 받으면 매출 감소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매출 하락으로 인한 즉각적인 인력 감축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법 시행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E호텔 프런트 직원은 “법이 시행되기 전이어서 아직까지 감원이나 구조조정에 대한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면서도 “향후 발생할 상황들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L호텔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매출 하락이 지속되면 신규사원 및 아르바이트직원 채용을 줄이거나 신규 오픈하는 호텔에 투입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리조트내 레스토랑의 경우 가족 단위 이용객이 대부분을 차지해 매출이 하루아침에 급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기업 직원 연수 등 기업 및 기관 행사가 줄어드는 데서 오는 매출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수·기수정·조득균 기자



 

한화가 충남 태안에 지은 골든베이 골프&리조트                                                    [사진=골든베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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