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여조양(律呂調陽) : 법은 세상을 고르고 밝게 만든다. <천자문>
법이 오래되어 폐단이 생겨서 백성에게 해가 된다면 그러한 법은 고쳐야 함이 마땅하다. <율곡 이이>
법은 안정되어야 하지만 결코 정지되어서는 안 된다.
詩는 감성의 법이고 법은 이성의 詩다. 법은 명사이자 동사(動詞)다. <강효백>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좋더냐?”
불후의 명대사를 남긴 '이수일과 심순애'류의 무성영화 시절에나, 변사가 변호사보다 수입이 좋았을 ‘왜정시절’에나 걸맞은 법의 영역 및 체계가 하나 있다. 주요 20개국(G20)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세계 11대 중견강국이자 세계5대 수출대국 대한민국에(1)*.
“참 이상하다. 중국은 상법도 없는 나라인데,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 100여개가 중국기업이라니.”
2014년 말 ‘땅콩회항’ 사건으로 재벌의 규범의식이 회자될 무렵 필자가 참석한 학회에서 한 저명한 우리나라 상법 교수가 내뱉은 탄식이다. 필자는 속으로 반문했다.
“중국에 상법은 없어도 주로 중국 민영회사를 적용대상으로 한 ‘회사법’을 비롯해 국유독자기업, 국가출자기업, 외자합자기업, 외자합작기업, 외자독자기업, 투자지주회사, 향진기업, 집체기업, 조합기업, 1인기업 등 기업의 소유구조에 따른 맞춤형 기업법이 무려 13~14개나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21세기 글로벌 기업국가 시대, 실제 사업에서는 헌법보다 더 중요한 기업의 헌법인 회사법의 국가별 입법 상황은 어떠할까. G20개국, OECD 34개국, 유럽연합(EU)과 EU회원국 28개국, 나아가 유엔회원국 193개국의 입법례를 전수분석 하듯 조사했다.
우리나라처럼 회사법 없이 상법만 있고, 상법 일부에 회사법을 더부살이시키고 있는 입법례를 (조사 개시 2년이 다되도록) 발견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참 고생이 많구나. 우리나라 기업들, 회사법도 없는 나라에서 글로벌 500대 기업이 18개나 나오다니.”
<표 1> 중국 기업유형별 적용법률 법령 대조 일람표(2)*
상과대학이 사라진지 언제인데? ‘상과대학’은 가고 없어도 ‘상법’은 의구하구나, 아직도 회사법을 상법 안에 욱여넣어두는 법체계는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 등 글로벌 기업가들을 상인으로 부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미국, 중국, EU 등 이른바 ‘G3’는 물론 영국을 비롯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영연방국가는 애초부터 상법 없이 개별 회사법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은 각 주별로 다양하고 선진적인 회사법들을 갖고 있다. 각 주가 자기 주에 가급적 많은 수의 회사를 유치하기 위하여 회사법에 최대한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경쟁을 벌인다. EU도 2006년 신회사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3)*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대륙법계 국가는 상법 제정 시 회사법을 상법의 부문법으로 더부살이시켰다가 후에 개별법으로 독립시켰다. 일본은 1899년 독일 상법을 모방해 제정한 상법 속에 회사법을 뒀으나, 2005년 회사법을 따로 제정하고 상법에 있던 회사 관련 규정을 전부 삭제해버렸다. 2010년에는 보험법을 상법에서 분리 제정했다. 회사법과 보험법이 삭제된 지금의 일본상법은 이른바 ‘차떼고 포떼고 알맹이 없는 껍데기만 상법’이다.
우리나라는 일본 상법을 모델로 삼아 1962년 상법을 제정한 이후 일본이 상법을 개정할 때마다 2~3년 ‘도입(?)기간 텀’을 두고 일본상법을 거의 그대로 모방하여 개정해 왔다. 그런데 2005년 이후 일본은 회사법을 독립법으로 제정하면서 그 체계와 내용을 대대적으로 혁신했지만 우리나라는 옛 일본식 상법 체계를 그대로 답습하며 반백 년이 넘도록 상법 제3편에 회사법을 사글세 내놓듯 하고 있다.
<표2> 세계 각국의 회사법 존재형태
언제까지 토끼굴처럼 옹색한 상법 속에 코끼리처럼 방대한 회사법을 욱여넣고 있을 건가?
우리나라만 유독 19세기의 낡고 노쇠한 상거래 법체계에 21세기의 새 기업, 새 산업, 새 시장 창출을 보장하는 회사법을 욱여넣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상은 날로 변하는데 낡은 법제를 그대로 둔다면 국가는 쇠망하고 사회는 타락하고 국민은 불행해지기 마련이다. 입법가들이 당리당략과 이권추구의 삼매경에서 깨어나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며 현실에 기반을 두고 미래를 여는 ‘회사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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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서적: 강효백, 『중국경제법(1), 기업법』, 율곡출판사, 2015.
강효백, 『중국의 슈퍼리치』, 한길사, 2016.
▣각주:<br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rgb(0, 0, 0); font-family: 맑은고딕, " malgun="" gothic",="" 나눔고딕,="" "nanum="" dotum,="" arial,="" verdana,="" tahoma;="" letter-spacing:="" -0.12px;"="">
(1)* G20국가 겸 OECD국가는 대한민국,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터키, 일본, 멕시코 등 11개국 뿐. 2015년 수출총액 순위: 1위 중국, 2위 미국, 3위 독일, 4위 일본, 5위 한국 (CIA worldfactbook 참조)
(2)* 중국에 진출중인 삼성, 현대차 등 수 만 개 한국기업&업체와 세계 500대 기업을 비롯한 외자기업들에 최우선 적용되는 법은 합자․합작․독자기업법 등 (삼자기업법’으로도 부르는 이 3법들은 최근 ‘외국투자법’으로 통합추진 중) 표 윗부분 황색음영 표시 5개 외자기업 법률∙법령이 제일 중요하다. 이들 외자기업법은 중국의 외자기업에 적용되는 법이고 회사법은 중국의 내자기업에 적용되는 법이다. 또한 삼자기업법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제정한 기본법률로서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제정한 일반법인 회사법보다 상위법이자 특별법이다. 따라서 중국에 이미 진출한, 혹은 진출을 하려는 우리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법은 중국의 회사법이 아니라 외자기업법과 그 하위법령들이다.
(3)*독일, 프랑스는 상법과 회사법 병존모델, 스위스와 이탈리아 등 민상법 합일주의국가는 민법전에서 규정하고 있으나 유럽연합(EU)의 회사법은 산하 회원국 모든 국내 회사관련규범의 기본법적 지위와 권능을 보유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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