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영관, 오진주 기자 = 정부가 최근 강남 재건축발(發) 국지적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한 해법으로 수요억제란 카드를 꺼내들면서 투기과열지구 지정 대상 후보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매제한 기간 연장과 1순위 청약자건 요건 강화 등 일단 현실적인 대책들로 처방을 해보고도 차도가 없을 경우란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상황을 감안할 때 투기과열지구란 조커가 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7일 국토교통부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서울·수도권에서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수도권 2기신도시, 지방에선 세종시·부산 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과열의 진앙지인 강남3구를 우선 정조준하겠지만 최근 집값이 급등 양상을 보이는 위례신도시와 하남 미사지구, 남양주 다산신도시 등 2기 신도시도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인천 송도신도시와 화성 동탄2신도시, 성남 판교신도시 등도 도마위에 오르내린다.
대상을 넓힐 경우엔 서울 강북 재개발지역까지도 가능권에 포함된다.
실제 2000년대 중반 부동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정부는 2002년부터 순차적으로 서울·수도권 전지역과 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 등 광역시, 충북·충남·경남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었었다. 이후 2009년 강남3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해제했다. 강남3구는 2011년에서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됐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서울 동쪽 신도시와 택지지구 등이 최근 분양권 암행단속에 나설 정도로 과열 분위기가 지속되는 곳"이라며 "강남 재건축에서 이들 지역, 더 나아가선 마포구 등 강북 재개발까지 폭넓게 지구지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주택법상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수 있는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곳 △주택가격과 청약경쟁률 등을 고려했을 때 투기가 성행하거나 성행할 우려가 큰 곳에 해당한다.
국토부령에 정해진 기준 중 하나라도 충족하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 요건은 △주택공급이 있었던 직전 2개월간 해당 지역 청약경쟁률이 5대 1을 넘거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 청약률이 10대 1을 넘는 곳 △주택분양계획이 직전보다 30% 이상 감소한 곳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이나 건축허가실적이 전년보다 급격하게 감소한 곳 △주택공급량이 1순위 청약자보다 현저하게 적은 곳 등이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서울과 충청권의 경우 '주택공급계약 체결이 가능한 날'부터 5년간 분양권을 전매할 수 없게 된다. 나머지 지역은 전매제한 기간이 1년이다.
또 도시·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해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 양도가 제한되고 최대 3가구까지 가능한 조합원 분양 가구 수가 한 가구로 줄어든다. 이럴 경우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사업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경우 총부채상환비율(DTI)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도 강화된다. 6억원 이상 주택의 경우 DTI와 LTV가 모두 40%까지 낮아진다. 현재는 DTI가 60%, LTV가 70%다.
국토부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등 '종합선물세트'처럼 자동으로 제한되는 게 많다"며 "일단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과열이 지속되거나 확산되면 선별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가 특정 지역에 대한 극약처방이란 점에서 규제 내용을 모두 적용하지 않고 일부 규제 내용을 빼고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수요 대책 카드를 거론하자 시장은 즉각 반응하고 있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A중개업소 대표는 "정부의 규제카드가 또다시 나올 것이란 소식이 나오면서 아침부터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문의전화가 쏟아졌다"면서 "시장 시그널을 잘 못 주었을 경우 부작용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투기수요로 오르는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현재 집값이 근본적으로는 저금리에 기반한 만큼 국지적 처방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강남의 경우 단기간 프리미엄(웃돈) 청약이나 재건축에 관련된 투기성 거래 등이 제한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투기적 수요는 어느 정도 걸러내면서 시장을 조금 진정시키는 효과 정도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고준석 신한은행 PWM 부동산투자자문TF 팀장은 "투기과열지구를 전국으로 지정하지 않는 한 풍선효과가 이어질 수 있다"며 "투기과열지구가 도입돼 효과를 봤던 2007년은 중금리였던 데다 전세가율도 지금처럼 높지 않았어서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서 시작된 아파트값 상승세가 가을 성수기를 맞아 서울 강북권과 수도권으로 확산된 상황에서 정부의 지역적 규제가 '풍선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저금리로 인한 부동산 자금이 규제가 적용된 지역을 피해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정책 자체가 시장에 급격한 혼란을 가져오거나 경착륙같은 불안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지는 신중하게 생각해서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집값 안정을 위한 대책이 실수요자와 서민층에게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선 세밀한 시장 분석이 우선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시장 안정을 위해 신중하게 지켜보면서 단계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며 특히 불법전매 단속 등 강화를 병행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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