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새로운 재료로 만든 식상한 맛…'스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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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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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스플릿' 포스터]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과거 볼링계의 전설이라 불리며 국가대표로 이름을 날리던 철종(유지태 분)은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은 후 낮에는 가짜 석유 판매원 밤에는 도박 볼링판에서 선수로 뛰며 별 볼 일 없는 삶을 산다. 그런 그는 볼링에 천재적 재능을 지닌 자폐증 환자 영훈(이다윗 분)을 만나 파트너로 끌어들이고, 조력자이자 도박판의 브로커인 희진(이정현 분)의 빚을 갚기 위해 비릿한 승부의 세계로 발을 들인다.
 

[사진=영화 '스플릿' 포스터]

영화 ‘스플릿’은 생경한 소재인 도박 볼링을 소재로 한다. 제목으로 내건 ‘스플릿’은 남은 볼링핀들이 거리가 떨어져 있어 한 번에 처리하기 힘든 상황을 가리키는 볼링 용어다. 도박 볼링판에서 아버지가 남긴 볼링장을 아버지의 제자(정성화 분)에게 뺏길 위기에 처한 희진, 도박 볼링판에서도 존재감이 불안한 탓에 “국출(국가대표 출신)”이라며 조롱받는 철종, 이름만 불러도 경기를 하는 가정 폭력의 피해자 영훈까지 영화 속 주인공들의 삶은 ‘스플릿’을 마주했을 때 처럼 막막하기만 하다.
 

[사진=영화 '스플릿' 스틸]

이 영화에서 도박 볼링을 소재로 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익숙한 것들만 남는다. 철종과 희진의 멜로, 도박볼링의 드라마, 영훈을 둘러싼 휴머니즘까지…욕심을 부리며 다 욱여넣은 탓에 어느 하나 뚜렷하게 잔상을 남기지 않는다.

밑바닥 인생을 연기한 유지태, 가볍고 촐싹댄 이정현, 자폐증 환자의 호흡까지 세밀하게 연기해낸 이다윗, 주연 배우들의 연기 변신이 빛났지만, 조연들은 사건이나 드라마를 만드는 장치로만 낭비된다. "개그맨 출신이라 유쾌한 이미지인 내가 악역을 연기할 수 있게 돼 영광이었다"는 정성화는 단편적이고 평면적인, 악역의 유구한 심상을 반복할 분이다. 권해효 역시 도박판을 벌이는 역할로만 취급된다. 모두 연기력이 단단한 배우들이라 더욱 아깝게 느껴지는 낭비다.

새로운 재료로 익숙하고 식상한 맛을 내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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