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일 민심의 하야 요구를 거스르고 개각을 전격 단행하자 야당은 격노했다. 야당은 이날 일제히 "박 대통령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비판하며 투쟁 수위를 높였다. 야당 내부에선 그동안 자제해왔던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 상임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 즉각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회동한 뒤 △박 대통령에게 개각 철회 요구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자 등 3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보이콧 등 야권 공조 방침을 발표했다. 다만 이날 야 3당 원내대표 간 회동에선 탄핵·하야를 요구할지 문제는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 3당이 공동 전선을 형성하고 철회 투쟁에 나서면서 청와대와 야권의 갈등은 더 극심해질 전망이다.
야 3당 회동에 앞서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가 끝난 뒤 "민주당은 대통령의 이번 개각을 인정할 수 없다"며 "헌정 질서를 유린한 비상시국에서 전 국민의 분노 속에서 오로지 일방적으로 돌파하겠다는 오기와 독선의 인사라고 규정하고 즉각 이 개각 인사를 철회할 것을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나 벼랑 끝에 몰린 박 대통령이 국면 전환용으로 개각 카드를 꺼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야당이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전제로 거국중립내각 구성 논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이러한 야당의 의견은 무시하고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일방적인 개각을 단행한 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개각 발표 직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박 대통령은 자꾸 '강경한 국민의당'으로 만들려 한다"며 "오늘 (야당에) 일언반구도 없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을 인사 국면으로 전환해서 어떻게 호도해 볼까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박 대통령은 아직도 충분한 반성을 하지 않고, 현 정세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탄핵·하야'를 고민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말씀드렸다. 온건한 국민의당을 강경으로 몰아간다면 그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야권 대선주자들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분노한 민심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지금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압도적인 민심은 박 대통령이 즉각 하야해야 된다는 것이고 저도 그 민심에 공감하지만 정치인으로서 정치적 해법을 찾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거국중립내각을 제안했는데 박 대통령이 거부했다"면서 "앞으로도 정치적 해법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면 저도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보다 한발 앞서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은 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을 강탈했고 대한국의 외교·안보를 위험에 빠뜨렸으며 최순실 일가의 사욕을 위해 온갖 권력을 남용했다"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뒤 "저는 이 시간부터 위대한 국민과 함께 정의를 되찾기 위한 길을 가겠다. 어떠한 고난도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야권 대선 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본인 잘못으로 국정 마비를 초래해 국민이 중립적 국민내각을 논의하는 마당에 일방적 내각 구성 발표라니…"라며 "국민을 여전히 주인이 아니라 지배와 조작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라고 맹비난했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긴급 성명서를 내고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모습에 또다시 분노한다"며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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