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을 농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귀국 뒤 검찰에 출두하기 전까지 31시간 동안 자신의 계좌에서 돈을 빼간 것을 두고 많은 국민들이 공분하고 있다. 검찰은 또 최씨에 대해 ‘고작’ 직권남용과 사기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민들의 분노가 마치 핵폭탄이 폭발하기 직전까지 이르렀다.
열람 가능한 현 유엔 회원국 193개국의 검찰제도를 전수 분석한 결과, 우리 검찰과 같은 수사권과 수사종결권, 기소 여부를 마음대로 결정하는 기소재량권을 갖고 있고, 자기들의 치부는 은폐하거나 대충 넘어갈 수 있게끔 검사만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기소독점권에다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까지 싹쓸이하듯 장악하고 있는 나라를 찾지 못했다.
일본조차 70년 전에 철거한 제왕적 검찰 구조를 가진 국가는 지구상에 대한민국밖에 없다. 21세기 대한민국이 일제 군국주의시대의 형사소송법체계를 온전히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은 치욕적이 아닐 수 없다.
상층부 1%의 권력형비리와 부정부패가 임계점에 달했는데도 사법당국은 언제나 ‘이번 일을 뼈를 깎는 자성의 기회로 삼자’ 는 평균 5년에 1회씩 대법원장 또는 검찰총장의 사과문을 발표하며 이른바 '셀프감찰'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공직자비리수사처(약칭 ‘공수처’) 대신에 법률을 제정하여 이를 근거로 특별감찰관실을 설치하였더니만 최근 청와대는 특별감찰관과 감찰담당관을 전원 해임하여 제도 자체를 파괴해버렸다.
검찰은 물론 법원 등 사법기관은 ‘미네르바의 부엉이’처럼 어떤 문제 상황에 직접 개입하여 사건을 예방하거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사건이 일어난 다음에야 처리하는, 즉 사후처리 기관에 지나지 않는다.
설탕이나 조미료를 소금으로 착각해서는 안 되듯 대한민국 검찰을 부패를 막는 ‘소금’으로 착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 보기에 따라서는 오히려 부패를 조장하는 ‘설탕’이나 ‘조미료’ 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검찰은 부정부패방지기관, 즉 사정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견제 없는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하는 법이다. 꿩이 꿩을 잡을 수 없듯 조직내 감찰부서가 같은 조직의 부패를 척결할 수 없다. 꿩(부패)잡는 매(독립감찰기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처럼 일제식민지의 뼈아픈 역사를 겪은 대만도 기득권의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2006년 3월에 검사와 법관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범행에 대한 기소권과 수사권을 지닌 ‘특별정사조(特別偵伺組)’를 설치,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역사만큼이나 뿌리 깊은 중국식 부패를 몰아내고 현대판 포청천 관아로 유명한 홍콩의 ‘염정공서(廉政公署)’는 물론, 싱가포르의 부패조사청(CPIB), 호주의 반부패청 ICAC(NSW), 영국과 뉴질랜드의 중대비리조사청(SFO), 유럽연합의 부패방지총국(OLAF), 프랑스 부패예방청(SCPC) 등이 그러한 기관들이다.
이제 우리도 검찰과 법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를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기관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가 시급하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그리고 이와 병행하여 현행 헌법상 국가감찰기관 감사원을 깊은 잠에서 깨워야 한다. 즉 헌법정신에 걸맞게 준사법권과 국무총리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등 감사원을 활성화하여 권력형비리 척결의 최전선에 서게 할 것을 제안한다.
지금까지 나온 국정농단의 핵심은 공직 기관들이 제대로 된 시스템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책임이 있는 감사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도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법에 정해진 규정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행동하는가의 여부를 감독∙감찰할 수 있는 국가감찰기관은 감사원임을 명심해야 한다.
G2시대 중국 질주 비결은 구호나 미봉책에 그치지 않고 정책을 구체적으로 법제화해 강력히 실행한데 있다. 특히 고위 비리공직자 척결에 대한 중국의 법제와 그 실천은 권력형 부정부패의 임계점에 다다른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중국의 사법권 대비 감찰권의 압도적 우위체계, 일반인의 부패사건은 공안과 검찰, 당정관료의 부패사건은 별도의 감찰기관이 도맡는 시스템, 비리공직자에 대한 일반인에 비해 가혹할 만큼 엄벌주의를 실천하는 법 집행은 우리나라에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