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국회 시계…400조원 예산 심사 집어삼킨 '최순실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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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0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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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날 황교안 국무총리가 경질되며 국무총리의 자리(앞줄 오른쪽)가 명패도 빠지고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최순실 게이트'로 국회 시계도 멈췄다. 400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는 '최순실 예산' 삭감에 초점이 맞춰졌다.

예기치 않은 블랙홀로 인해 이미 졸속 예산 심사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혼란 정국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심사 질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3일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 등에 대한 부별심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주된 질의는 최순실 사태에 대한 정부 관계자들의 파악 여부, 후속조치 등이 대다수였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준비한 심사 자료를 가리키며 "이렇게 많은 부별 심사 자료를 가져왔음에도 현안과 관련한 질문을 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최 씨가 귀국 후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했고, 검찰은 최 씨의 금융계좌를 압수수색하지 않았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김현웅 법무부 장관을 추궁했다. 이 의원은 "국민들이 검찰에서 수사 의지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삼성에서 최씨에게 직접 돈을 보냈다는 보도도 나오는데 검찰은 관련자들이 다 해외로 출국하고 나서야 수사하겠다고 하니 어떤 국민들이 믿고 신뢰하겠나"라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사건의 중대함에 대해 전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검찰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한 점의 의혹도 없게 수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와대의 깜짝 개각에 대해 부처 관계자들이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하자, "박근혜정부는 사람 대우를 어떻게 이런 식으로 하나, 매번"이라며 "우리가 '호갱(호구+고객)'인가"라고 소리쳤다.

예산과 관련된 질문도 결국 '최순실'로 귀결됐다. 최씨와 측근인 CF감독 차은택 씨 주도로 만들어진 문화창조융합벨트 등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사업이 타깃이 됐다.

당내 비주류인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문화융성정책(예산)은 불용액, 미사용액이 많은데도 증액이 됐다"면서 "삭감 여지가 있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사인(邪人)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절차에 맞게 올라가지 않은 사업의 경우를 다 분류해서 정리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장관은 "문화창조융합벨트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구체적인 의혹이나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아 유지해야 하는 사업도 있다"며, "정부부처 예산과 정책에는 수많은 국민 및 이해당사자들이 있는데 이분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책 연속성을 유지해야 할 사업들과 아닌 사업을 면밀히 가릴 것"이라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이날 "상임위와 예결위 예산심사 과정에서 드러난 최순실 국정농단 예산은 20여개 사업에 걸쳐 총 5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예산 집행은 당장 중지되어야 하며, 국회에서 내년도 최순실 예산은 반드시 삭감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확장적으로' 편성했다고 했다. 그러나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 2017년 명목경제성장률 및 총수입 증가율 고려 시 확장적 재정운용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고, 2016년도 추가경정예산과 비교 시 2017년도 예산안의 확장폭은 매우 작다"면서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국회의 면밀한 예산안 심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회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공방으로 점철되면서 현미경 심사는 물건너 간 게 아니냐는 우려들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상황상 올해 심사도 부실할 수밖에 없다"면서 "빨리 사태가 수습되는 것 외에 별다른 타개책이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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