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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글싣는 순서>
(상)제약사 코프로모션 제품 매출액의 이면
(중)과대해진 코프로모션의 허상과 그림자
(하)제약사 코프로모션, 관행인가 전략인가
코프로모션은 하나의 제품을 두 회사가 동일한 제품명으로 함께 판매하는 방식으로, 한 측의 제품력과 한 측의 영업력이 결합해 시너지를 노리는 마케팅 기법 중 하나다.
제약업계에서도 코프로모션이 활발한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국내사가 다국적사의 제품을 공동판매하는 방식이다. 연간 매출액 1조원을 넘어선 유한양행, 녹십자를 포함해 한미약품, 대웅제약, 종근당, 동아에스티, 제일약품, 일동제약 등 굴지의 제약사라면 대부분 코프로모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제약사를 살펴보면 매출 규모에는 다소 의문이 생긴다. 국내사들은 코프로모션 계약에 따른 영업력 제공에 따라 일정 비율(약 10~20% 내외)의 ‘로열티(royalty, 수수료)’를 받음으로써 수익을 얻게 되는데, 현재 국내사들은 자사가 대행 판매하고 있는 제품의 전 매출액을 자사의 매출액에 포함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 9643억원으로 1위를 기록 중인 유한양행의 경우 △B형간염약 ‘비리어드’(1030억원) △당뇨병약 ‘트라젠타’(730억원) △고혈압약 ‘트윈스타’(631억원) △HIV 치료제 ‘스트리빌드’(193억원) △폐렴구균백신 ‘프리베나’(127억원) 등 5개 주요 ‘도입품목(코프로모션을 통해 판매하는 제품)’의 매출액만 약 2711억원에 달하는데, 이들 제품의 매출액이 고스란히 유한양행의 전체 매출액에 포함된다.
타 제약사도 마찬가지다. 녹십자는 도입품목인 B형간염약 ‘바라크루드’와 대상포진백신 ‘조스타박스’, 고혈압약 ‘아타칸’만으로 2000억원 이상, 종근당도 당뇨병약 ‘자누비아’, ‘바이토린’,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 등으로 12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늘렸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로부터 먹는 샘물인 삼다수를 위탁판매하고 있는 광동제약의 경우에도 14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자사 매출액으로 잡았다.
사실상 자사 제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코프로모션으로 파는 제품의 매출액을 자사의 외형적 규모를 부풀리는 데 활용하는 것이 국내 제약사들에게 관행으로 굳어져있는 것인데, 이는 기업을 평가하는 데 혼란을 줄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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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제약사 코프로모션 도입품목의 연간(2015년) 매출액 현황. [자료=이정수 기자]
특히 코프로모션 품목을 확보하기 위한 제약사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로열티 비율은 낮아지는 데 반해, 코프로모션의 확대로 도입품목들이 국내사의 매출액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 커지고 있어 혼란 역시 더욱 가중된다.
실제로 도입품목을 적극적으로 늘려온 현재 유한양행은 전체 매출액의 25% 이상이 도입품목으로부터 나왔고, 제일약품은 리피토, 리리카, 쎄레브렉스 등 도입품목의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절반을 넘어섰다.
국내사들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로열티만 매출액에 반영하는 것은 대외비인 로열티 비율이 공개될 우려가 있다는 반응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기업의 모든 사항을 공시로 공개하는 추세지만, 로열티 비율 같은 문제는 다르다. 제품 매출액에 로열티만 반영하면 사실상 비율은 드러날 수밖에 없다”며 “다국적사는 증시와 관련이 없어 매출액에 예민하지 않지만 국내회사는 외적규모를 키우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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