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직거래로 ‘선순환 농업구조’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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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2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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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재수 장관[사진=농림축산식품부]

2000년대 초반 미국 워싱턴D.C 한국대사관에서 농무관으로 재직할 당시, 농무부 건물 앞 광장에서 열리는 파머스마켓에 종종 들르곤 했다.

인근 농가가 생산한 농작물뿐 아니라 갓 구운 빵이나 잼, 주스, 허브비누, 수공예품 등 다양한 가공품도 많아 주민과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았다.

우리나라 전통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로, 음식을 직접 맛보기도 하고 가격흥정을 한 추억이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거래하는 ‘직거래’는 최근 여러 가지 형태로 발전하고 확산하는 추세다.

미국의 파머스마켓은 직거래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930년대 대공황으로 인해 소비가 극도로 위축되자 농민들이 수확한 농산물을 인근 주민들에게 직접 내다 팔면서 직거래장터가 조성됐다.

미국내 파머스마켓은 1994년 1755개에서 2014년 8268개로 20년만에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만족도가 높았지만, 정부의 정책적 노력도 있었다.

미국 정부는 농가소득 증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40년 전인 1976년 ‘농산물 직거래법’을 제정했다. 정부의 재정적·기술적 지원에 힘입어 미국에는 파머스마켓 외에도 직거래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우리나라도 역대 정부에서 직거래사업을 중점 추진해 왔다. 정보통신기술 발달, 귀농·귀촌 증가, 소비트렌드 변화에 따라 로컬푸드직매장, 직거래장터, 꾸러미, 온라인쇼핑몰 등 다양한 형태로 직거래가 발달해 왔다. 나름대로 성과도 있고 지난해 직거래 규모는 2조3864억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보완해야 할 과제도 많다. 품목 다양화, 안전성 관리, 홍보, 기존 상권과의 충돌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 직거래가 당면한 여러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6월 ‘지역농산물 이용촉진 등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에 관한 법률’, 이른바 ‘농산물 직거래법’이 시행됐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추진할 5개년간의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직거래 규모를 2021년 4조원까지 확대하고 유통비용을 연 5660억원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직거래에 참여하고 싶으나 기회를 잡기 어려운 영세·고령농가의 참여 확대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고, 상품홍보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업체와 청년창업자를 위해 사진촬영, 동영상 콘텐츠 제작 등을 지원하는 ‘스마트 스튜디오’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또 전통시장에 ‘로컬푸드 체험 레스토랑’ 등을 운영해 전통시장과 산지간 직거래를 확대하고, 제빵용 우리밀 이용 확대 등 농업계와 기업간 협력모델도 발굴한다.

신도시, 혁신도시, 공공부지 등 기존 상권과 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입지에 지역을 대표하는 ‘1도 1대표 브랜드장터’도 육성할 방침이다.

농산물 유통비용을 절감하자는 목적에서 출발한 직거래의 파급효과는 전방위로 확대된다. 영세농가의 판로확대, 지역경제 활성화, 청년창업 촉진 등 기존의 대규모 유통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부분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1980~90년대부터 로컬푸드운동과 직거래 시스템을 활성화시켜 왔다.

우리나라 직거래 제도도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법과 제도 정비, 정부와 지방자체단체의 노력만으로는 직거래가 자리잡기 어렵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기 때문에 상호신뢰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산자는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의 품질과 안전성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소비자는 자신이 먹는 먹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되는지 관심을 갖고 합리적인 소비를 해야 한다.

‘소비를 배려하는 생산, 생산을 배려하는 소비’ 문화를 통해 상생의 직거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농산물 소비가 농촌과 지역사회를 살리고, 이를 통해 더 좋은 품질의 농산물이 생산되는 선순환 구조에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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