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지난달 29일 문화예술인들이 검은 봉지를 뒤집어썼다. 최근 문화예술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비판하는 퍼포먼스였다. 행사 참가자들은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폭로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통해 드러난 블랙리스트에는 1만명에 달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이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인 고은, 소설가 한강의 이름이 거론된 가운데 명단에서 빠진 소설가 이외수는 “내 이름이 없어 억울하다”는 조소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렇듯 블랙리스트 논란이 연일 문화예술인들을 공황 상태로 몰아가고 있지만, 정작 이 사태를 수습해야 할 문체부는 여전히 식물 상태에 가깝다.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내놓기는커녕 불거진 의혹을 해명하기에만 급급하다.
물러나지 않는 조윤선 장관과 부정(否定)만 하는 송수근 차관을 보면서 과연 문체부는 문화예술계를 위한 정부 부처가 맞는지 의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최순실, 블랙리스트 후폭풍으로 문체부의 내년 예산은 1600억여원이 삭감됐다.
문체부 내부에서는 삭감된 예산 중 최순실, 차은택과 상관없는 사업들이 포함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오지만 그보다 중요한 점은 인적쇄신이다. 많은 예산이든 적은 예산이든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문화계의 성장을 이끌 자양분이 되거나 비선실세의 뒷주머니를 채우는 검은돈에 그칠 수도 있다.
현재 상황이야 어찌됐든 문체부가 다시 제 기능을 한다면 문화계에 꼭 필요한 정부 부처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온갖 비리로 곪아터진 부처 수장들이 계속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이번엔 문체부가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려야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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