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트럼프 정부 출범] 정상외교 올스톱..사면초가에 놓인 우리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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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1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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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 ]


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로 정상외교가 올스톱 상태에 처하면서 우리 외교는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

게다가 오는 20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급변할 것으로 예고되고 있지만, 오히려 한국 외교는 심화하는 외교적 위기와 고립 상황으로 사면초가로 내몰리고 있다.

'미국 제일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가 취임하면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워 압박하고,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한미 간에 파열음이 생긴다면 한미 동맹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 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은 물론,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주한대사를 소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일본과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정부는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정상외교 일정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 '외교공백'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됐다. 한미 양측의 경우 새 정부가 출범하면 수개월 내 한미정상이 첫 회담을 열었다는 관례를 따져볼 때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올 상반기 내 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외교부는 16일 황교안 국무총리 대통령권한대행 주재로 한반도 주변 4강 주재 대사들이 참석하는 동북아·한반도 정세점검 및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한반도 주변 정세의 유동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와의 정책 조율과 공조를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에 따라 우리 대외 환경은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먼저 북한의 경우 김정은이 연초 신년사에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준비가 마무리 단계라고 밝힘에 따라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대북 태도에 따라 북한의 전략적 도발 가능성이 열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외교·안보 수장을 맡게 될 국방·국무장관 내정자 등 핵심참모들이 북핵 문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지만, 실제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대북정책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모습으로 드러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양 정부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특정현안에 대한 입장 조율은 물론, 한미관계의 새로운 '튜닝'이 필요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측이 친러, 반중 노선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중국, 러시아와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도 한미관계, 한중, 한러 관계 측면에서 우리에게 미칠 주요 변수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ICBM 시험발사 준비가 마무리 단계라고 밝힌 이후 트럼프 당선인 측에서 '대북 군사적 옵션'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발언을 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외교 갈등은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한령(限韓令) 같은 경제제재로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방송 출연이 줄지어 취소되고, 롯데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전세기 한국 운항 불허, 한국산 배터리 보조금 지급 제외 등이 대표적인 사드 보복 조치 사례다.

게다가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측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를 만나 사드 배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오히려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빌미로 주한 일본대사 본국 소환과 스와프 협정 중단 등 강도 높은 보복을 시작했다. 12.28 합의 자체를 뒤집거나 일본의 요구에 굴복해 소녀상 철거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어느 쪽으로 결정이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소녀상을 둘러싼 한일간 외교 충돌은 미국의 개입으로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기는 하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고별 인사를 명분으로 한일 외교 장관과 잇따라 통화하면서 관계 개선을 요청한 것이 국면 전환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일시 귀국 중인 주한 일본 대사와 부산 주재 일본 총영사가 조기에 귀임하고, 한일 간 갈등이 봉합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아베 정권도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한일 외교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화하는 것이 일본 외교에도 득책이라는 판단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만약 일본내 강경론에 밀려 주한 일본대사의 복귀가 늦춰질 경우 한일 갈등 국면의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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