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서울시가 주 40시간, 연 1800시간대를 목표로 근로자들의 노동시간 단축에 본격 나선다. 올해 서울신용보증재단, 서울의료원, 지하철자회사 등 3곳의 시범모델을 시작으로 2018년 22개 전 투자‧출연기관에 도입한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 방안을 23일 발표했다. 강제적인 수당의 감소 없이 '노사정 자율적인 합의를 통한 시행', '초과근로·미사용 연차 감축을 통한 주 40시간 노동시간 준수'가 대원칙이다.
우리나라 근로자 연 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5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길다. 이렇게 장시간 일하면서도 오히려 시간당 노동 생산성(31.6달러)은 OECD 최하위권이다. 대한만성피로학회 보고서를 보면, 직장인 3명 중 1명은 과로사 위험이 있다.
시는 각 기관별로 근로여건에 따라 차별화된 모델을 도출할 계획이다. 2022년까지 총 111명을 신규로 채용하며, 정규직 정원 대비 13% 일자리 창출효과가 기대된다.
먼저 2015년 기준 직원들의 미사용 연차가 9일 안팎이었던 서울신보는 2021년까지 노동시간을 17%(2275시간→1891시간) 줄인다. 정규직원 27명을 새로 뽑고, 자기개발 및 육아 등 일‧생활 양립을 위한 '시간선택제 일자리'도 10~15개를 더한다.
그간 서울의료원은 교대 전후 인수인계 시간(약 2시간), 보장되지 않는 휴게시간(35분), 잦은 이직으로 인한 휴일근로(마이너스오프) 등이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꼽혔다. 이에 인수인계 시간 감축과 법적 휴게시간 준수를 실천한다.
서울메트로환경,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 등 지하철 양공사 자회사 2곳은 차량기지 청소‧시설경비를 담당하는 고령 노동자의 직장 체류시간을 연 323시간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근무형태가 격일제→4조 3교대로 개편된다. 다만 주 40시간 근무제 상한선은 유지시킨다.
박원순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모델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겠다"며 "주 40시간 상한근무제의 보편적 도입을 위해 국회‧정부 차원에서 입법화를 추진하고, 민간기업은 사람에 투자해 생산성을 높이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시청 다목적홀에서 서울신보, 서울의료원 노사와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 협약서'를 체결했다. 이후 노동시간 단축의 경제학적 효과에 대한 KDI 유종일 교수의 기조강연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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