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트럼프 정부의 타깃이 된 중국은 일단은 미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미·중 관계가 새로운 출발점에서 더욱 큰 발전을 거둘 수 있길 바란다"며 트럼프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원 롼쭝저 상무부원장도 23일자 관영 인민일보 '망해루' 칼럼에서 "미·중간 협력을 통한 상호윈윈만이 정도(正道)"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이 앞서 예고한대로 환율조작국 지정, 45%의 고율 관세 부과 등 제재조치로 중국을 압박할 것에 대비해 중국은 물밑에서 대응 카드 마련에도 한창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산 수입 제한, 반덤핑·반독점 조사, 관세 부과 등의 보호무역 카드로 중국이 미국에 맞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비록 미국 국채 보유액 1위 자리를 일본에 내줬긴 했지만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내다판다거나 여객기 큰손 중국이 미국의 보잉사 대신 유럽산 에어버스를 구매하는 조치도 거론된다.
일본도 트럼프 시대를 맞이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당분간 미·일 정상회담 개최 등 미·일 동맹 관계를 공고히 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무역협상 재개편을 시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맹 관계를 지렛대 삼아 TPP 조기 비준을 촉구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리는 모양새다.
23일 NHK, 지지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환영한다"며 "현재 조율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조기에 실현해 미일 동맹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는 미·일 동맹이 일본 외교·안보 정책의 뼈대라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에 맞서 경제 정책의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TPP 백지화를 거듭 강조해온 트럼프 행정부에 일종의 회유책을 내놓겠다는 복안으로도 읽힌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가 미일 정상회담을 얼마나 앞당길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된다. 당초 미·일 정상회담은 2월 초 개최 가능성이 높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 당선인 신분으로서 처음으로 만난 외교 상대가 아베 총리였던 만큼 일본 내에서는 미일 정상회담이 미·일 관계의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트럼프 정부의 정책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그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트럼프가 당선 이후 지금까지 한·미 FTA를 거론한 적은 없다"라며 "지레 겁먹고 선제적 대응을 한다며 미국을 자극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부연구위원은 또 우리나라 기업들이 생산구조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높은 중국의존도를 탈피,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우리나라 수출이 우리가 직접 완제품을 만들어서 미국에 수출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핵심부품을 제공하고 중국에서 완제품을 만들어서 미국으로 들어간다"라며 "그렇게 되면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제품이 되기 때문에 미국의 대중 견제 강화가 간접적인 방향으로 우리 기업에 타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 출범이 우리나라에 꼭 부정적 요인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진단했다. 문 부연구위원은 "트럼프 경제정책의 긍정적인 요인에 주목해 기회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라며 "트럼프가 공약한 인프라 투자와 화석연료산업의 지원이 제대로 이행되는 경우 인프라 투자에 따른 관련 수요의 증가와 전통적 화석연료 산업 지원에 따른 석유, 석탄, 발전 등의 에너지 비용 감소는 우리 산업계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치러질 우리 대선 결과에 따라 한-미 관계가 다시 변화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라며 "앞으로 트럼프 정부가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인식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우리 대선 결과에 따른 대비책에 대한 구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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