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코마츠(KOMATSU)제작소는 100년 기업이다. 이시카와현의 코마츠(小松)라는 소도시(인구 10만 명)에 1917년 1월 설립됐다. 당시에는 구리광산의 채굴용 기계를 만들던 회사였지만, 지금은 건설기계 분야에서 일본 1위, 세계 2위의 업체로 성장했다.
덩치도 크고 오래된 회사가 또 한 번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에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퍼스트펭귄’이 되겠다는 것이다. ‘퍼스트펭귄’은 숨어 있을지 모르는 바다표범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드는 펭귄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새로운 사업 영역에 가장 먼저 뛰어드는 용감한 기업을 지칭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지의 바다에 가장 먼저 뛰어드는 코마츠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무기는 ‘콤트랙스’(KOMTRAX)다. 이는 코마츠가 판매한 건설기계의 원격 추적 시스템으로서, 건설기계의 중요 부품에 장착된 센서와 위치측정시스템(GPS), 통신시스템을 통해 건설기계의 작동 상태를 원격으로 측정하고 진단함은 물론 고장을 미리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유지보수를 해주는 등 첨단 서비스를 가능케 해준다.
이로 인해 고객은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하고, 코마츠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게 된다. 결국, 코마츠는 고객의 불만과 니즈를 미리 파악하고, 그에 대응하여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은 코마츠의 전략은 미국 GE의 행보와 비슷하다. GE는 미국을 대표하는 제조업체였지만, 최근에는 산업인터넷과 디지털, 소프트웨어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작동하고 있는 GE의 제품을 사물인터넷(IoT)과 , GPS, 클라우드로 연결하고,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원격으로 진단하고,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딕스’(Predix)라는 산업인터넷 플랫폼을 출시한 바 있다. 120년 넘은 거대 공룡기업 GE의 변신이 코마츠와 유사하다는 점도 흥미롭다.
미국의 캐터필러(CATERPILLAR)도 100년이 넘은 기업이다. 1925년에 두 회사가 합병하여 ‘캐터필러 트랙터’ 주식회사로 재탄생했지만, 두 모기업의 창업 시기는 각각 1892년과 19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업용 기계, 광산기계, 건설기계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건설기계 분야에서는 코마츠를 누르고 세계 1위다.
그런 캐터필러가 작년 9월 벨기에 공장 폐쇄를 발표했다. 벨기에에서만 2000여명을 해고할 예정이며, 글로벌 차원에서는 구조조정 규모가 1만여명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수요 감소에 따라 제조역량을 줄이고 운영비를 감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캐터필러 측의 해명이었다.
반면 코마츠는 작년 7월 ‘조이 글로벌’이라는 미국의 광산기계업체를 29억달러(약3.3조원)에 인수한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1884년에 설립된 ‘조이 글로벌’은 광산기계 분야의 대표 기업 중 하나였다. 이로써 코마츠는 건설기계와 광산기계 분야에서 캐터필러와 경쟁이 가능할 정도의 체격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캐터필러와 코마츠의 엇갈린 행보는 어디서 기인하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건설기계 시장의 중저가 시장을 파고드는 중국의 싸니(SANY) 등의 도전으로 세계 1위 기업 캐터필러도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캐터필러는 구조조정과 원가 절감이라는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런 캐터필러의 대응과 달리, 코마츠는 과감한 정면 도전을 선택했다.
코마츠는 고부가가치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 원가 절감, 예측서비스(Predictive Service) 등으로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IoT,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로봇 등을 활용하는 4차 산업혁명에 적극적으로 올라타고, 이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 캐터필러와 코마츠 누가 웃고 있을까? 그 틈바구니에서 두산인프라코어 등 국내 중장비 업체들은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