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
아주경제 주진 기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사건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 12일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지 이틀 만에 또다시 '북풍'(北風)이 불어 닥친 것이어서 안보 이슈가 부상하게 되면 이를 빌미로 박 대통령 측과 친박근혜 세력이 탄핵 기각을 위한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탄핵정국 막판에 보수결집을 시도중인 자유한국당과 '안보는 정통보수'를 주장해온 바른정당은 '김정남 피살사건'을 안보 이슈로 키우려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 보수정당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있던 사드 배치 문제도 본격적으로 재점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선 의도적인 '북풍' 분위기 조성은 오히려 보수세력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앞서 한 언론이 “박근혜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잇는 비선이 김정남이었다”고 보도하면서 오히려 박 대통령과 친박 세력이 군색한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일부 누리꾼들은 박근혜정부가 탄핵심판을 기각시키기 위해 김정남 망명을 추진하던 중 북한이 알아차리고 김정남을 제거한 것 아니냐는 '기획설'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김정남이 피살되기 사흘전인 지난 11일 주간경향은 2012년 대선 때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이 김정남 망명 공작을 시도한 정황에 대해 자세히 전하기도 했다.
당시 국정원이 김정남을 데려오려고 했는데, 정작 김정남은 한국보다 유럽이나 미국으로 가기를 원했지만 미국 측과의 협상이 결렬됐고 한국도 김정남의 요구를 맞출 수 없어 포기했다는 내용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남 망명 시도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 같은 보도를 보고 김정은이 격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주간경향은 전 유럽코리아재단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낸 박근혜 대통령의 친서는 유럽코리아재단 소장이던 장 자크 그로하가 USB와 출력물 형태로 들고 중국 베이징에 가서 김정남을 만나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과 북한이 주고받은 편지는 김정남의 고모부인 장성택 라인을 통해 김정일에게 보고됐다고 부연했다.
주간경향은 취재 중 입수한 하드디스크를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 정황을 발견했으며 2005년 9월17일부터 2006년 3월31일까지로 총 22회 오간 메일을 추가로 입수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2005년부터 유럽코리아 재단 이사로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12월 1일 김정남은 메일을 통해 "명년 2월 23일이 고모부 회갑이다. 한복을 지어드리고 싶다"고 말했고, 유럽코리아재단 측은 "옷감, 재질, 체형 등 구체적 수치가 필요하다. 장 자크 그로하를 통해 치수 재는 법 등의 설명이 들어있는 그림을 보내겠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코리아재단과 주고받은 메일의 이름은 한글로 '김정남'이라고 쓰고 있으며 e-메일 주소는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에 가입돼 있었다고 주간경향은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