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0억원대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굳은 표정으로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혐의의 사실 여부를 떠나 이번 사태로 인해 국민들에게 실망을 드린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 국민기업 삼성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여론의 목소리를 듣고 신뢰 회복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 실천하겠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사태에서 목격한 국내의 ‘반삼성 정서’가 얼마나 큰지를 깨달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연가 매출 300조원 규모의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은 ‘반기업 정서’의 표적으로 항상 여론의 입에 오르내렸다. ‘삼성=재벌’이라는 꼬리표는 삼성맨들에겐 운명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삼성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처음 입사했을 땐, 부모님과 친인척은 물론 지인들로부터 부러움을 샀지만, 지금은 되도록 숨기려고 하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아니겠지’ 했지만 각종 언론 보도를 통해 반복적으로 의혹을 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삼성이 잘못한거냐’, ‘삼성은 왜 그런 짓을 벌인 것이냐’는 물음을 던진다. 이런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삼성그룹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삼성이라는 원죄로 이렇게 당해야만 하느냐고 안타까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1위 기업이라는 점 때문에 당하고 맞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고, 설사 잘못을 해도 다른 기업들보다 훨씬 큰 벌을 받는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임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회사로서도 이러한 불만을 잠재울 마땅한 명분이 없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태’가 불거진 후 주말마다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촛불 집회에 참가한 삼성 임직원들은 느닷없는 장면을 목격한 뒤 가슴을 쓸어내린 단다. 집회 현장에서 시민단체와 국민들이 ‘재벌개혁’을 외치면서, 재벌 총수들의 인형에 죄수복을 입히거나 포박하는 등의 퍼포먼스를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금융 계열사에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은 “자식들에게 평화적인 집회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광화문에 나갔다가 이런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아빠는 나쁜 회사에 다녀?’라고 물어볼 때면 어떻게 대답해줘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전자 부문 계열사에 근무하는 4년차 직원도 “저도 촛불집회에 나갔는데, 이 부회장을 비롯해 대기업 회장을 악덕 기업가로 내모는 모습을 보며 순간 겁이 났다”라면서 “선배 직원들은 ‘삼성이니까 감내해야 할 짐으로 생각하라’고 애써 넘어가지만, 우리가 과연 그렇게 잘못을 많이 한 걸까라는 생각에 답답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삼성은 이번 ‘최순실-게이트 사태’에서 피해를 입은 기업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여론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태의 주범으로 여기고 있다.
지난달 19일 1차 구속영장 발부가 기각되자. 여론은 법원뿐만 아니라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판사에게까지 비난하고, 사실이 아닌 삼성과의 연루설까지 제기했다.
2차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이 부회장을 구속해야 한다는 측과 반대하는 세력간 갈등도 최고조가 됐다. 17일 구속영장이 발부됨으로써 이 부회장과 삼성에 대한 비판 여론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마무리 돼도 ‘반삼성 정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간을 갖고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국민기업 삼성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중이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도 “삼성 뿐만 아니라 대기업 모두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창업주 때부터 반기업 정서 해결은 가장 큰 이슈였다”면서 “더 솔직하고 정직한 기업으로 거듭나 국민들과 함께 하는 대기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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